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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선비형’ 문재인, ‘지사형’ 안희정, ‘투사형’ 이재명…민주당 주자들 3색 화법

등록 2017-02-21 21:03수정 2017-02-23 16:17

전문가가 본 민주당 주자들 3색 화법
문재인 ‘모호함’, 안희정 ‘추상성’, 이재명 ‘불안감’ 극복 과제
(※ 클릭하시면 확대 됩니다. )
“문재인은 선비형, 안희정은 지사형, 이재명은 투사형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는 21일 더불어민주당의 세 대선 예비후보의 ‘말’을 이렇게 평가했다. 강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이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에겐 소신과 지론이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원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사는 존재다. 그들의 말과 글은 대중이 정치인에 대해 형성하는 이미지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 역시 각자의 화법으로 주목받지만 동시에 그 화법이 한계로 꼽히기도 한다. 문 전 대표는 유력 주자답지 않게 다소 어눌하거나 모호한 말 때문에 종종 구설에 올랐고, 이 시장은 탄핵정국에서 선명한 구호로 흥했지만 투박하고 불안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지율 20%를 넘기며 탄탄한 상승세를 보이던 안 지사도 ‘박근혜 대통령의 선의’ 발언으로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문재인, 어눌하지만 담백
안희정, 국정 책임자 어법
이재명, 쉽고 솔직한 언어
새 시대 비전 제시는 부족

문 전 대표의 말은 ‘진정성’으로 요약된다. ‘모호성’은 극복할 과제로 꼽힌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방향이 맞든 틀리든 안철수나 이재명에겐 일관되게 짜인 메시지가 있다. 문 전 대표는 화학적으로 소화한 말을 한다기보다, 병렬적으로 입장을 나열하는 쪽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경제학)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를 가리켜 “겸손한 성품과 따뜻한 인성을 갖춘 사람”이라면서도 “(언론 인터뷰를 보면) 유연성이 전혀 없다. ‘지성’이 부족하다. 다른 말로 하면 실력이 없다”고 평했다.

‘총론은 있지만 각론이 없다’는 비판을 주로 듣는 안 지사의 경우, ‘추상성’이 가장 큰 극복 과제로 꼽힌다. 안 지사는 앞서 20일 <제이티비시>(JTBC)에 출연해 ‘선의’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통섭’ 등 철학적 개념을 차용하며 논란을 키웠다가 21일 뒤늦게 사과를 내놓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안 지사의 언어는 확고한 자기 신념과 철학에서 나오는 소명의 언어이고, ‘선거 캠페인’의 언어라기보단 국정운영 책임자로서의 언어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격정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에 진보와 보수의 양극이 아닌 트라이앵글(삼각구도)에서 새로운 꼭짓점을 찾았지만 20일 방송 인터뷰에선 자신의 신념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광장의 격정적인 민심과 괴리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철학자에겐 권력이 없지만 정치인에겐 권력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에겐 바르고 정확한 언어가 중요하다”며 “‘보수와 손잡는다’고 말하면 쉬운데 이를 추상적인 말로 포장하면 언뜻 대단한 철학처럼 보이지만 상황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그 대척점에 이재명 시장이 있다. 유승찬 대표는 “이재명의 언어는 솔직하고,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며 “다만 이 시장은 정치적 경험이 얕아 촛불정국 이후 의제 설정과 메시지 관리에서 한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성안 교수도 이 시장의 화법에 대해 “말 하나하나가 정곡을 찌른다. 표현이 정확하며 기발하다”면서도 “치열한 삶을 살아선지 언어가 척박하다. 나처럼 영원한 아웃사이더에겐 더없이 시원한 사이다처럼 좋지만 어려움 없이 성장한 필부들에겐 낯설다.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적었다.

세 주자 모두 각자의 말에 담을 새로운 비전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민영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스스로의 말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리더가 가진 구시대적 체제를 증명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새로운 세대의 미국인, ‘뉴 프런티어’로 자신과 시대를 합치하는 방향성을 보여줬듯 불확실한 시대의 정치인들에게 새 시대에 대한 비전 설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오승훈 기자 umkija@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52_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좋아요’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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