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가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순회 경선 연설이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전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지역인 호남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대선 후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여기에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9만2천여명이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등 호남 민심이 뜨겁게 반응하자, 국민의당 쪽은 “반문재인 정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본선 승리까지 장담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광주·전남·제주에 이어 26일 전북지역 경선에서도 압승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진행된 국민의당 전북권역 순회경선에서 유효투표 3만287표 가운데 2만1996표(72.63%)를 얻어 1위에 안착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각각 7461표(24.63%), 830표(2.74%)를 득표했다. 전날 전남·광주·제주 경선 결과까지 더하면, 안 전 대표는 호남·제주에서 총 9만2463표(유효투표) 가운데 5만9731표(64.6%)를 얻어 모든 ‘이변 가능성’을 제압했다. 호남·제주에서 손학규 의장은 2만1707표(23.5%),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1만1025표(11.9%)를 기록했다. 호남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지역으로, 국민의당 당원 19만여명 가운데 10만여명이 포진한 ‘텃밭’이다. 사실상 결승전인 호남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캠프 쪽은 호남 경선에서 흥행 대박을 이룬 것에 대해, “‘친문(재인) 패권’을 경계하는 민심이 표출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애초 전남·광주·제주에선 최대 3만여명, 전북에선 1만5천여명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각각 6만2천여명, 3만여명이 참여했다. 한 당직자는 “그동안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반민주당, 반문재인 정서가 직접 참여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쪽은 주요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발판으로 중도·보수로 외연을 확장해 대선에서 최종 승리하겠다는 구상을 강조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도 “(안철수-문재인) 일대일 구도가 되는 4월 초, 문재인 공포증이 생긴다. 호남에선 문재인 공포증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반드시 당선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여전히 독자완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안팎에선 집권을 위해선 선거 전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 쪽도 대선 막바지에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호남 민심을 고려할 때 우리가 먼저 보수정당에 손을 내밀 순 없다. 하지만 보수 쪽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대의 안정적 지지율을 이어가는 것에 반해, 안 전 대표는 10% 안팎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 등 보수후보가 좀 더 약진할 가능성도 있어, 본선에서 안철수-문재인 양자구도가 형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안 전 대표가 주장해온 ‘문-안 대결’을 위해선 보수정당과의 ‘비문 후보 단일화’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안 전 대표를 떠받치는 호남 민심의 정서를 고려할 때 이런 선택도 쉽지 않다. 안 전 대표는 이날도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며 보수정당과의 정치공학적 연대 가능성에 거리를 뒀다. 최혜정 기자, 전주/송경화 기자
idun@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 57회_봄기운 달구는 민주당 경선 ‘뜨거운 형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