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출석
영장실질심사 받는 첫 전직 대통령
“헌법·법률따라 대통령 파면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 성숙도 나타내는 지표”
영장실질심사 받는 첫 전직 대통령
“헌법·법률따라 대통령 파면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 성숙도 나타내는 지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신 구속의 갈림길에 섰다. 넉 달 전까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였던 박 전 대통령은 파면 20일 만에 판사 앞에서 자신의 범죄 사실을 부인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43)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게 된다. 역대 대통령 중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들은 먼저 검찰청으로 가서 수사관과 함께 법원으로 이동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경호 문제 때문에 삼성동 자택에서 법원으로 곧장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과 함께 직접 법정에 나가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먼저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과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박 전 대통령 쪽은 이에 대한 반박 의견을 제시한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 등을 볼 때 7시간 이상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7시간30분가량 심문을 받았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일반 재판과 달리 비공개 재판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 결정은 31일 새벽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급박히 이뤄지고 있는 형사 처분은 비록 ‘헌정사의 비극’이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상 초유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폭력·유혈사태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 파면 절차가 진행되고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셈이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평화집회와 적법한 과정을 통해 커다란 변혁을 이뤄내고 있다. 법치주의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냈다”며 “이런 과정이 국민들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학습이 된다. 국민들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한국 사회 성역을 걷어내는 작업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통령=절대권력’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의 암묵적 동의를 깨고, “이유 없는 성역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일반 공무원은 문제를 일으키면 해임되고 파면된다. 대통령도 선출직 공무원인데 그동안은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잠시 불안할 수는 있지만, 성역 없는 사회로 가는 중대한 길목에 있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을 추동한 것은 민심이었다. 국민주권의 원칙이 대통령과 검찰 등 국가권력으로 하여금 민주적 통제를 받도록 했다”고 짚었다.
최혜정 허재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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