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이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19대 대선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패한 뒤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대선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섯달 전 ‘7공화국으로 정치의 새판을 짜자’며 2년간 머물던 강진 ‘만덕산’에서 하산한 터였다. 자신이 대표를 지낸 당까지 뛰쳐나오며 얻은 경쟁의 기회였다. 그러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에게 국민의당 ‘창업주’의 벽은 너무 높았다. 2007년, 2012년에 이어 손 의장은 이번 세번째 도전에서도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손 의장은 4일 경선 패배 뒤 연설에서 “오늘 좀 너무했다. 손학규가 20%가 안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 “저 손학규, 사실 국민의당 후보가 되고 싶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제가 하면 제일 잘할 거 같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 안철수 후보는 ‘통합 행보’의 차원에서 경쟁자였던 박주선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손 의장에게도 공동선대위원장이나 고문 등의 역할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 의장도 이날 “우리는 이제 안철수 후보를 마음껏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손 의장이 안 후보가 부르짖고 있는 ‘자강론’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손 의장은 “우리는 비패권, 중도세력을 통합해서 특권·세습·파벌 정치 세력의 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개혁세력을 하나로 모아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2주 전에 ‘우리가 70%를 갖고 있어도, 우리가 70%를 내주더라도 야권을 통합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줄곧 주장해온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는 또 “우리 국민의당은 결코 패권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안 후보가 75%의 득표율로 싹쓸이한 데 대한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때문에 손 의장이 본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일정한 직책을 맡아 안 후보를 도울 가능성도 있지만, 한편으론 반문연대 규합 과정에서 바깥 세력과 매개하는 역할을 모색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대전/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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