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성평등정책간담회에서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바른정당이 25일 유승민 대통령 후보와 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3자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유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에서 정체된 상황을 돌파해보고자 하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유 후보 본인의 완주 뜻이 강하고,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은 반대하거나 단일화 조건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른정당이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뜻을 모은 것은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 어느 한쪽과 ‘양자 단일화’가 아니라, 다 포함한 ‘3자 원샷 단일화’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당내에 자유한국당 복귀를 희망하는 이들과,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선호하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자유한국당하고만 단일화를 추진하기에는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던 명분에 반한다”며 “‘반문재인 연대’를 명분으로 3자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의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과 상이한 지지층을 아우르는 3자 단일화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성사되기 어려운 걸 안다. 그러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려면 양자 아닌 3자 단일화로 승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으로서는 3자 단일화가 어려울 경우, 안철수-유승민의 중도·보수 단일화를 노려볼 수 있다.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안 후보 혼자로는 문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주장으로 국민의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는 국민의당의 부정적 태도로 실현 가능성이 역시 낮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단일화) 제안이 오더라도 논의하지 않겠다. 우리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혁과 통합, 미래로 간다는 기조에 변함없다”고 잘랐다. 다만 국민의당은 ‘집권 뒤 통합 내각’을 강조함으로써 연대의 문을 우회적으로 열어두고 있다.
바른정당에 좀더 현실적인 선택지는 홍준표-유승민의 보수 단일화다. 홍 후보도 적극적이다. 홍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안철수 후보는 이념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자신과 유승민·조원진(새누리당)·남재준(통일한국당) 등 보수진영 후보 4명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자체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보수후보 결집으로 반전을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 후보의 부정적 태도가 최대 변수다. 유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기존 (완주) 입장하고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홍 후보 쪽과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을 물밑에서 논의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은 홍준표-유승민 두 사람을 놓고 일반 국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방식’을 제안했으나, 홍 후보 쪽은 다른 정당 후보들까지 포함한 5자 가상대결 여론조사로 하자며 거부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에서 홍준표-유승민을 놓고 보수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 후보가 앞섰다고 바른정당 관계자들은 주장했으나, 홍 후보 쪽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바른정당과 다른 정당의 후보 단일화는 후보들 본인의 결단이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단일화’를 외치는 이유가, 설사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보수 단일화라도 노력해봤다”며 ‘보수 분열’의 책임에서 피해갈 명분을 얻는다는 점도 깔려 있다고 양쪽 인사들은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3자 단일화’ 추진에 대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반국민연대이고, 탄핵반대 세력과 손잡는 반민주연대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역사의 명령을 거역하는 반역사연대”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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