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4일 오후 대구 신암동 동대구역에서 도보 유세를 시작하며 운동화 끈을 묶고 있다. 안 후보는 ‘걸어서 국민 속으로’라는 주제로 오는 9일 0시까지 120시간 동안 전국 곳곳의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다닐 예정이다. 대구/공동취재사진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개혁공동정부를 꾸리겠다고 4일 밝혔다. 유·심 후보 지지층을 향해 ‘투표에 의한 단일화’를 요청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을 이기려면 저 안철수밖에 없다. 안철수를 찍으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고 강조한 뒤 “유승민은 훌륭한 보수 후보다. 제가 당선되면 유 후보와 꼭 함께할 것이다.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 가자고 꼭 부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 후보는 “만약 진보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게 좋다는 분들은 심상정 후보를 찍어달라”면서도 “심상정은 진보의 자부심이다. 제가 당선되면 심상정 후보에게도 개혁공동정부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계파에 묶이지 않고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진보-보수 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이들 정치인을 지지했던 유권자를 향해 ‘안철수로의 전략적 투표’를 호소한 것이다. 안 후보의 이런 발언은 ‘1강 2중’ 선거구도에서 띄우는 마지막 ‘승부수’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저와 유 후보는 경제정책 같은 경우는 거의 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제가 당선되면 경제 분야를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후보 캠프의 지상욱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경쟁하는 후보에게 예의 없는 발언이다. 유 후보에게 경제를 맡기고 싶다면 유승민을 찍으면 된다”고 반박했다. 심상정 후보 쪽의 박원석 공보단장은 공동정부 참여 발언에 대해 “공동정부를 하겠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게 중요하다”며 “선거 막판에 무작정 공동정부 하자고 하는 건 의미 있는 제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를 시작으로 4박5일 동안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에 돌입했다. 구석구석에서 시민들과 부대끼며 ‘바닥민심’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유세차로 국민을 오라 하지 않고 국민 계신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안 후보의 ‘내림세’ 반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당 최고위원인 김영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장은 이날 오전 <한겨레> ‘더 정치’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 대표는 정치인으로서는 능력있는 분이지만 너무나 많은 비토(반대) 세력이 있어 당의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구미 대구/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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