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식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17일에도 첫 유세지로 대구를 방문한 바 있다. 대구/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촛불로 타올랐던 광장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제19대 대선을 하루 앞두고 각 당이 마지막 총력전을 펼친 8일 ‘험지’(대구)와 ‘고향’(부산), ‘중원’(청주)을 차례로 거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종착지는 ‘촛불’(광화문광장)이었다.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혁명으로 촛불혁명을 완성해달라”는 문 후보의 호소에 지지자 5만여명은 파란 풍선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제 관심사는 선거가 아니다. 누가 될지는 이미 결판났다.” 마지막 유세에 나선 문 후보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여론조사 공표기간 직전까지 지지율 조사에서 2~3위 후보와의 차이를 오차범위 밖으로 벌려놓은 문 후보는 “중요한 건 승부가 아니라 득표율”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저 문재인에게 보내주시는 한 표, 한 표가 바로 개혁의 동력”이라며 “저 문재인에게 한 표를 더 주시면 한 걸음 더, 열 표를 더 주시면 열 걸음 더 개혁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문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촛불민심’을 맨 앞자리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연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에서 “개혁으로 낡은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 개혁으로 부정부패, 반칙과 특권을 걷어낸 바로 그 자리에서 통합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통합만이 나라의 갈등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개혁을 시작해야 국민통합도 완성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촛불정국 이후 정치권에서 ‘통합이 먼저냐, 개혁이 먼저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개혁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후보는 뒤이어 찾은 고향 부산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구속된 것 말고 (나라가) 달라진 게 있느냐. 청산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며 “촛불혁명을 완성할 문재인과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선거 막판 보수 재결집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전통적 야도’로서의 자부심에 호소해 피케이(PK) 민심이 티케이(TK) 민심에 연동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문 후보는 부산 서면의 중심가에서도 ‘득표율’을 강조하며 “저 문재인의 득표율이 높을수록,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화답하듯 세번째 방문인데도 평일 낮 서면 거리에는 2만여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이 몰려 뜨거운 함성으로 문 후보를 반겼다.
반면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선 ‘통합’과 ‘안정’의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앞섰다. 지난달 1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대구를 찾아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광주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문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대통합 정부, 대탕평 정부”를 약속했다. 그는 “이제 대구가 양단간 결정을 내려달라”며 “정체성이 애매한 후보를 찍어서 사표를 만드시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부 지지를 얻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마지막 유세를 진행한 광화문광장에서 ‘제3기 민주정부’의 비전도 발표했다. 그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정농단을 일삼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권력은 더이상 없다”며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했다. 이어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는 재벌 대기업이 없는 공정한 나라”, “정부의 책임을 다하는 책임정부”, “세월호를 잊지 않는 대통령”을 다짐했다. 광화문 유세에는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딸 다혜씨가 등장해 문 후보에게 함박웃음을 주기도 했다. 다혜씨는 “아버지가 대통령 후보가 돼서 다행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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