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승리 공로자 표창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전에 본 영화였다. 아직 일부 장면과 대사까지 생생했다. 본 영화를 또 봐야하나. 하지만 이내 궁금해졌다. 개봉 20일 만에 160만명의 관객이 봤을 정도로 흥행하고 있는 다큐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문재인 정부 시대에 여당의 수장은 어떤 시선으로 볼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한쪽 벽면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19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노무현과 같은 시대에 때론 같은 정당에서 때론 다른 정당에서 정치를 했던 추미애 대표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16일 오후 추미애 대표와 추 대표의 2기 특보단, 민주당 출입 말진 기자 등 총 30여명은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에서 <노무현입니다>를 단체관람했다. 추 대표는 “새롭게 구성된 2기 특보단과 ‘민주정부 3기’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져보자는 의미에서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영화를 보면서 추 대표는 익살스런 장면에서는 “하하하”하며 웃었고, 공감이 가는 장면에서는 “응, 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등받이에서 등을 떼고 몸을 곧추세운 채 스크린을 응시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눈물짓는 장면 등에서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영화가 끝난 뒤 추 대표의 눈가는 벌겋게 다소 부어있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추 대표는 기자들과 영화관 옆 카페에서 소감을 나눴다.
추 대표는 가장 감정이 북받친 장면에 대해 말하면서 다시금 붉어진 눈시울을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시대가 올까요’,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반문하며 ‘그런 시대가 오면 내가 없어도 되지’라고 유시민 전 장관한테 말했다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 ‘민주정부 3기’가 출범했잖아요. 그게 참 무겁고. 노 전 대통령이 탄 첫 파도가 목적지까지 다 못가겠지만 그 다음 파도가 또 오고 또 오고 하지 않겠냐라는 유시민 전 장관의 표현, 그게 노무현이 이루고자했던 꿈이죠. (그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채무감 같은게 있어요.”
추 대표가 생각하는 노무현 시대의 의미는 뭘까.
“지나고 보면 불평등, 사회문제들을 이해하고 바꿔나가는 그런 시대였다고 이제 와서 거슬러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그때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이미 신자유주의 한가운데 편입되면서 심각하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 시대에 해야 할 과제를 막상 놓쳤던 거죠. 그 시대는 오늘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시대였었죠. 엉뚱하게 제3의 길이라고 하고 너무 준비없이 신자유주의 속으로 막 가버렸죠. 갈수록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은 더 많아질거 같아요. 그 시대의 의미를 잘 몰랐었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기억도 꺼냈다. 추 대표는 그때 탄핵에 동참했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새천년민주)당으로서는 버림을 당한거니까 분노한 입장이었고 그게 탄핵으로까지 간거죠. 저는 탄핵에 반대했죠. 저는 당시 선임최고위원으로서 당의 진로에 대해 탄핵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막아야하는 입장이기도했고, 탄핵으로 결론났을 때 당을 관리해야하는 샌드위치 입장이었어요. 이후 삼보일배하며 사죄를 했죠. (그해 총선에서) 당이 교섭단체조차 되지 못했어요. 저는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나게됐어요.”
추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전에 만나지 못해 “후회된다”고 했다.
“(탄핵 사건 이후) 제가 정치적으로 항상 관찰을 당하는 상황이어서 인간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소통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 봉하마을로 찾아가서 한번 뵙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한번 시간을 보고 뜸을 들이고 있는 차에 그만…. 1주일 전에 뜸들이지 말고 갔더라면 하고 후회했어요.”
추 대표는 성공하는 정부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이제는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눈물 흘리는 것으로만은 안 되죠. 지금 맞이한 문재인 정부를 노 전 대통령에게 ‘당신이 바란 시대가 이런 것입니다’라고 영정 앞에 바칠 수 있도록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어야죠,”
추 대표와의 차담회 분위기는 내내 무겁고 진지했다. 영화가 남긴 묵직한 여운도 있었지만, 그보다 ‘민주정부 3기’를 성공시켜야한다는 여당 대표로서의 부담감 때문인 듯 보였다. 하지만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항상 높을 수 없다. 실수하고 국민비판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 당이 실력을 발휘하고 지지율 보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힘줘 말하며 차담회를 마무리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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