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클린룸 이야기>에 출연한 전자산업의 직업병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영회 후 무대위에 올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클린룸이라는 것이 사람을 위한 클린룸이 아니라 반도체칩을 위한 클린룸이죠. 클린룸 안에 먼지가 없게 하는 게 중요하지 유해한 물질로 (노동자들이) 인체에 해를 입는지는 우선시되지 않는거죠.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계속 생기는 겁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자산업의 직업병 피해자 24명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유해물질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IPEN·반올림이 주최하고 을지로위원회에서 반도체노동자 문제 책임위원을 맡고 있는 강병원 의원의 주관으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등 피해자·가족들과 시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약자들에게 힘이 되는 정치’, ‘공정하고 차별없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2013년 5월 출범한 뒤 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대 위원장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맡았고, 현 2기 위원장은 이학영 의원이다. 소속 의원은 58명이다. 한국 사회의 ‘을들을 위한 정치’를 표방한 을지로위원회는 야당일 때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이 된 이후에도 변함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클린룸 이야기>도 을지로위원회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하나로 열렸다.
이 영화의 출연자이자, 하이닉스반도체 클린룸에서 10년 동안 일하다 악성림프종을 앓게 된 김성교씨는 영화가 끝난 후 무대에 올라 사람이 아닌 반도체를 위한 클린룸에 대해 말했다. ‘클린룸’은 반도체 등 전자제품의 정밀한 생산을 위해 먼지 하나 없이 통제된 공간이다. 그러나 클린룸에 먼지는 없지만 독성물질과 방사선 등 인체에 유해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영화 <클린룸 이야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전자산업 기업들의 클린룸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만성신부전, 악성림프종, 난소암 등 희귀 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애절한 증언을 담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유해물질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IPEN'의 제안을 받아 4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한 뒤 유방암을 앓고 있는 박민숙씨는 “기본적으로는 (클린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유산이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나도 결혼해서 유산과 불임으로 고생을 좀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3~4번 유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을 앓게된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는 “또 다른 자식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이런 아픔 겪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며 증언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상영회를 주관한 강병원 의원은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의 길이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며 “삼성은 이 많은 죽음과 고통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따뜻하게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영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의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더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하에서 민주당과 을지로위원회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여러분의 반려자 생겼다는 믿음으로 꿋꿋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함께 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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