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송영길엔 ‘신문 비판광고’
이명박 정부 비판 인사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제압 활동은 특히 당시 야권 인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25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원은 인천시장이던 송영길 의원이 2011년 2월 “인천시를 대북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고 발언하자 이를 ‘종북 행위’로 규정한 뒤 작전을 개시했다. 국정원은 트위터나 온라인 카페, 인천시 누리집에 비판글을 올렸고 전문가들을 활용해 언론에 비판 칼럼을 싣게 했다. 국정원은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정동영 의원과 송 의원을 묶어 ‘국제외교안보포럼’ 명의로 <중앙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에 2000만원을 들여 비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비판에 적극적이었던 박지원 의원(현 국민의당)도 주요 표적이었다. 국정원은 2010년 9월 ‘박지원 망동 강력 규탄 사이버심리전 전개’를 보고한 뒤 온라인에 “박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 호텔 객실, 주점을 공짜로 사용했다”거나 “부패, 파렴치범”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퍼뜨렸다. 박 의원 등을 비판하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거리시위도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2011년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국정원은 그해 1월 트위터에 “조국 교수는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 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 천안함·연평도 북 도발을 옹호하는 대한민국의 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조 교수가 카이스트의 경쟁 체제를 비판하자 5월엔 “(조 교수의) 딸은 특목고, 외고 국제반에서 수업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퍼뜨렸다. 국정원은 손학규·천정배·곽노현·최문순·김진애·유시민·장하준 등 당시 범야권 인사들에게도 같은 식으로 비방 공작을 벌였다.
조국 수석은 <한겨레>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여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며 국민을 사찰하고 제압 공작을 벌인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할 것”이라고,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국정원의 명백한 권력남용에 대해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화 김규남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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