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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노무현 서거’ MB비난 거세자…“측근·가족 책임” 집요한 공작

등록 2017-09-25 21:16수정 2017-09-25 22:43

원세훈,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좌파책임 논리 개발” 심리전단에 지시
나흘만에 UCC 확산 등 계획 실행

심리전 보고서, 야당·친노인사 겨냥
“정치재기 노린 기회주의적 행태”
다음 ‘아고라’에 비판글 500여건도
“MB정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왼쪽)씨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케이티(KT)빌딩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MB정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왼쪽)씨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케이티(KT)빌딩의 민관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찾아 조사신청서를 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원세훈 국가정보원’의 심리전단이 ‘정치 공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기점은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불어닥치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를 “정략적 의도”로 규정해 대국민 심리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공개한 ‘정치인·교수 등 엠비(MB) 정부 비판세력 제압 활동’ 조사 결과를 보면, 원 전 원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 좌파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알릴 수 있는 논리를 개발·활용할 것”(2009년 5월29일)을 심리전단에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전국적으로 달아오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노 전 대통령이 숨진 지 일주일도 안 돼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정략적 악용을 제압하고 대국민 선동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 논리 개발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심리전단은 원장 지시 나흘 만인 6월1일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국민화합 유도 유시시(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퍼뜨리기 시작했고, ‘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활용 계획’(6월2일), ‘노 자살 관련 좌파매체 분열상 활용 사이버심리전 전개’(6월4일) 계획을 잇따라 보고·실행했다.

국정원은 이들 심리전 보고서에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을 주장한 야당과 친노무현 인사들을 “정치재기를 노린 이중적·기회주의적 행태”로 몰아가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결국 본인의 선택이며,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 또 “자살과 범죄는 별개로,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해야”, “대통령 재임 중 개인적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 등의 논리를 심리전의 주요 포인트로 삼았다. 국정원은 이들 보고서를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정치적 이익에 따라 언행을 뒤집는 야권의 포퓰리즘 행태 및 이중성’을 비판하는 토론글 300여건과 댓글 200여건을 올렸다. 또 야당 누리집에 “길거리 야당 행세를 중단하고 안보·경제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을 촉구하는 글을 게시하는 한편, 민주노총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오마이뉴스> 등 진보단체·언론 인터넷 사이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사설 등을 퍼날랐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는 2011년에도 이어졌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5월 ‘노무현 사거(死去) 2년 계기 종북세력 규탄 심리전 활동 전개’를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에서 어버이연합 100여명을 동원해 서울 서교동 노무현재단 앞에서 ‘노무현 정신 운운하며 국론분열 부추기는 종북세력 규탄’ 거리시위를 열고, ‘노의 헌법위배·국격저하 망언’ 등을 주장하는 토론글(1300여건)과 트위트 글(하루 100여건) 등을 게재하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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