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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3000억원대 군 방독면 사업, 방사청-독점업체 ‘유착’ 의혹

등록 2017-10-20 05:01수정 2017-10-20 08:59

-김병기 민주당 의원 ‘사업 감사결과’ 공개-
2010년 방사청 화생방사업팀장
업체 선정 뒤 해당 기업 본부장으로
감사보고서 “유착 관계로 볼 수 있어”

국방규격 특정 업체 특허 불포함 원칙에도
ㅅ업체, 특허 10건 슬쩍 끼워넣고 숨겨

방사청 “지적재산권 해소” 요청했지만
ㅅ업체 특허 포기않자 뒤늦게 감사
독점 논란에 향후 생산 일정 불투명
방위사업청이 3000억원 규모의 신형 방독면(K5방독면) 사업을 특정 방산업체가 독점 생산하도록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방사청의 방독면 사업 책임자가 방산업체의 본부장으로 이직해 계약 과정을 총지휘하는 등 방사청-업체의 유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 방사청, 특허 숨긴 업체 확인 안 했나 못 했나

19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방사청의 ‘방독면 사업감사 결과 보고’를 보면, 방사청과 방독면 개발 및 1차 생산계약을 맺은 ㅅ업체는 2014년 9월 방독면 생산을 위한 ‘국방규격’(기술내역)을 제출하면서 자신들의 특허 10건을 끼워넣었고, 방사청은 이에 대한 확인 없이 국방규격을 확정했다. 방사청은 방산업체 간 경쟁 촉진을 위해 ‘1물자-다업체’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특정 업체의 특허는 국방규격에 포함돼선 안 된다. 하지만 업체는 이를 숨겼고 방사청은 “(기술이) 지식재산권으로 등록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업무규정을 지키지 않아, 결국 ㅅ업체만 방독면 생산을 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가 형성됐다. 오히려 이런 문제점은 지난해 11월 추가 생산업체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1물자-다업체’ 규정을 위반하게 만든 당사자인 ㅅ업체의 이의제기로 불거졌다. ㅅ업체는 경쟁 업체인 ㅇ업체가 추가 생산업체 지정을 신청하자,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사청에 공문을 발송해 “자사 특허가 국방규격에 포함돼 있어 추가 방산업체 지정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별 대응을 하지 않다가 넉달 뒤인 올 3월에서야 ㅅ업체 쪽에 “지식재산권 해소”를 요청했고, 이 업체는 “국방규격 제정에 대한 책임은 방사청에 있다”며 특허 포기를 거부했다. ㅇ업체는 “ㅅ업체가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방해하고 있다”며 방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방사청은 자체 감사를 벌여 △특허 무효소송 제기 및 ㅅ업체 수사의뢰 △검토규정 위반한 사업담당자 징계 등의 처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방사청-방산업체 유착 의혹도 제기

방사청의 규정 위반 및 소극 대응이 방사청-업체의 유착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0년 신형 방독면 업체 선정을 주관했던 방사청 화생방사업팀장 이아무개 대령은 ㅅ업체가 방독면 개발업체로 선정된 직후, 이 업체의 사업본부장으로 이직했다. 방사청은 감사보고서에서 “당시 화생방사업팀장(육군대령 양아무개)과 ㅅ업체의 본부장(전 화생방사업팀장 이아무개)은 같은 ○○병과 출신으로, 사업담당이 고의적으로 지식재산권 검토를 누락하지 않았더라도 제3자의 시각에선 유착관계에 의한 비리행위로 인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책임자에 대한 징계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책임자인 양아무개 전 팀장은 지난해 다른 비위행위로 전역한 상태이고, 실무자인 권아무개씨는 현재 다른 부처 파견 중이어서 ‘감사결과 통보’를 하는 데 그쳤다.

특허와 ‘독점’ 논란이 벌어지면서, 내년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신형 방독면 2차 생산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ㅇ업체의 민원제기 등 반발이 이어지자, 방사청은 방독면사업을 개발 단계부터 원점 재검토할 것인지, 또는 소송을 통해 ㅅ업체의 특허를 가져올 것인지 등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피해는 옛 방독면을 사용하고 있는 일선 부대 장병들에게 돌아간다. 김병기 의원은 “이번에 밝혀진 사실만 봐도, 그간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행태의 방산비리로 의심되는 대목이 많다. 신형 방독면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 방독면 사업은 현재 군에 보급된 K1보다 성능을 개량한 K5방독면을 2027년까지 전군에 보급하는 것으로, 사업비 2937억원이 투입된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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