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에게 질문자를 지정해 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질문자를 즉석에서 선택하는 질의응답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돼,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 회견장에 입장해 25분여 동안 신년사를 발표한 뒤, 한 시간 남짓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 25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 간의 회견은 미리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정하지 않은 ‘즉문즉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리 정해둔 것은 ‘정치·외교·안보 분야 6개’, ‘경제·민생 분야 4개’, ‘평창올림픽 포함한 사회·문화 분야 2개’라는 질문의 범주와 개수 뿐이었다.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질의응답에 앞서 “전례가 없었던 방식이라 대통령이 질문자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맞춘 기자에게 질문권이 주어지는데 ‘나도 눈 맞췄다’며 일방적으로 질문하면 곤란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회견에 들어가자 일부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으려고 양손을 들거나 종이를 흔들기도 했고, 평창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손에 든 경우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회견 말미에 “오늘 질문 기회를 못드린 분들에게 죄송하고 다음에는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에 관한 질문에 “새해에도 3%대 성장은 지속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선 장하성 정책실장이 설명해주겠나”라며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댓글 의사표명’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한 기자가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에 대해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격한 표현의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은데 지지자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악플을 받은 정치인은 없을 거라 보는데, 저는 국민의 의사표시로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너무 예민하기보다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발표한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제목의 신년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64번, ‘평화’ 16번, ‘국가’ 11번, ‘경제’ 9번, ‘촛불’ 9번, ‘평범’ 8번, ‘개헌’ 7번을 언급했다. 집권 첫해의 열쇳말이었던 ‘개혁’과 ‘적폐’는 각각 3번과 2번 포함됐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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