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의 청와대 오찬에서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져온 영남 지역 판세가 화제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서 한 참석자는 “최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우리 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분위기가 좋다”며 “영남에서 이기면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것 아니겠나. 영남 선거가 아주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24일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해·양산·창원 등) 경남 동부지역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고, 오찬에 참석한 한 의원이 “경남 서부 쪽도 좋아지고 있다”고 답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밝혔다. 이런 대화 과정에서 지난 총선 때 서형수 의원이 경남 양산을에서 ‘기적적으로 당선됐다’는 이야기와, 비례대표인 제윤경 의원이 경남 서부인 사천·남해·하동 지역위원장을 새롭게 맡았다는 사실도 언급됐다고 한다. 경남·창원 지역은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민홍철(김해갑)·김경수(김해을)·서형수(양산을)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창원 성산구) 의원이 당선된 곳이다. 문 대통령 또한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국회의원(사상구)을 지냈으며, 양산에 집이 있다.
이날 오찬에서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 선거 얘기도 나왔다. 대구 출생의 한 참석 의원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을 내어주면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대구 쪽도 분위기가 좋으니, (민주당이) 대구시장 선거 등 대책을 잘 세우면 자유한국당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또 “(내각이나 청와대에서) 차출을 해서라도 대구 선거를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에 문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야당과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참석자는 “밥을 먹으며 대통령과 격의없이 나눈 얘기가 밖으로 알려져 곤혹스럽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문 대통령이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대사가 목전에 다가왔고 스포츠를 통한 하나 됨과 평화를 향한 염원은 여야가 다르지 않을 테니 여야를 뛰어넘는 초당적 협력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한 사실을 적극 알리며 ‘협치’를 내세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단의 전날 오찬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당이 회동 제의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불투명해졌다.
한편, 김영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1990년 3당 합당으로 생긴 민주자유당 이후 고착화된 (지역주의) 구도 자체가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서 유연해지면 좋겠다”며 “부산·경남 지역(광역단체장)에서 최소 한곳에서 승리해 이 지역에서 민주당의 새로운 지방정치가 시작되고 이후 많은 선거에서도 의미있는 진전이 있는 기반이 되면 좋겠다. 그 문제가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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