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가운데)이 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북한이 ‘신안전보장체계’ 수립을 원하는 거 같다. 신안전보장체계를 만들어 핵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베트남을 능가하는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해서 북한을 경제부국으로 이끌겠다는 메시지로 본다.”
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원인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 전망’ 포럼 기조연설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에 적극 나서는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제가 2003~2005년 미국과 북핵문제를 협상할 때 미국의 관료들이 ‘핵문제도 중요하지만 인권문제도 중요하다’며 등가로 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와서 복잡했다”고 과거 미국과의 북핵문제 협상 경험을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와 달리) 오로지 핵문제에만 집중하는 미국의 분위기나 정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 등이 지금처럼 (조성)된 것은 결국 북한이 볼 때는 자기들이 핵을 명확히 갖고 있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맞짱을 떠서 체제 안정을 보장할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걸 갖고 (있는 대신에) 하루 세끼를 근근이 먹으면서 압박을 견디며 사는 것보다 이걸 포기하고 새로운 국가 모델을 추구할테니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추구하는 국가 모델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이렇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제가 볼 때 북한이 ‘신안전보장체계’ 수립을 원하는 거 같다”고 했다. ‘신안전보장체계’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미수교, 평화협정, 남북관계 정상화, 전통적인 북중관계 복원 등을 통해서 새로운 안정보장체계를 만들어내고, (그 틀 안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부국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결단의 밑바탕에는 고도경제성장에 대한 확신과 비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안전보장체계가 필요했다고 생각한 거 같다”고 했다.
이날 ‘판문점 선언의 평가와 북-미정상회담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판문점 선언’ 제1조에서 북한이 ‘핵 가진 경제빈국’과 ‘핵 없는 신흥개발도상국의 길’ 중에서 후자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대북 경제인센티브 제공 내용을 명시했다”고 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의 논리적 구조에 대해 “의제 중에서는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체제안전보장을 든 만큼 긴장완화를 앞세우고 평화체제의 결과로 비핵화를 넣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그는 5월 중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정상회담의 과제와 관련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초) 평양에 들어가 김정은 위원장을 2~3차례 만나면서 비핵화 사찰 문제를 제기했고, 김 위원장이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다”면서 “비핵화는 검증에 의한 폐기를 해야한다. 악마가 이 사찰과 검증이라는 디테일에 있다”며 비핵화 사찰과 검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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