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대한상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대한상의 관계자들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정책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연합뉴스.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우선 시행되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가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재계 요청에 응답한 것이지만 당내에선 신중론이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28일 박용만 회장 등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에 대해 “3개월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이 몰리는 기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기간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맞추는 노동 형태다. 예컨대 성수기에 일정 기간 근무시간을 늘리면 이후 단축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평균 근로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2주 또는 3개월의 단위기간을 두고 있는데, 이를 6개월까지 확대해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탄력적 근로시간을 6개월로 늘리는 건 (홍 원내대표가) 확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의 박재근 상무 역시 간담회 뒤 “(홍 원내대표가) 기업인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많은 어려움을 말해서, 탄력근무제(탄력근로제) 관련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있고,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하루 앞선 27일 중견기업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도 “적어도 3개월로 돼 있는 것을 6개월 정도로 하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단위기간을 확대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앞서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책에 탄력근로제 확산 방안을 포함시키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일 8시간 노동은 물론, 주 40시간 노동, 1주 최대 연장근로 12시간 상한 규정을 한 근로기준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게 탄력근로시간제”라며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와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제도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왼쪽)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한겨레 자료사진.
홍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군불을 지피고 나서는 데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단위기간 확대는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어 아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직 후반기 국회 원구성도 되지 않은 만큼 환경노동위원회가 구성되면 상임위에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