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신으로 삶을 마감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메시지는 10여년의 투쟁 끝에 복직한 ‘케이티엑스(KTX) 승무원’들을 향한 축하 인사였다. 그는 미리 준비했던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이날 정의당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노 원내대표는 9시30분 열릴 상무위원회의를 앞두고 “케이티엑스 승무원들 역시 10여년의 복직투쟁을 마감하고 180여명이 코레일 사원으로 입사하게 됐다. 입사한 뒤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일해 왔는데 자회사로 옮기라는 지시를 듣고 싸움을 시작한지 12년 만이다. 오랜 기간 투쟁해온 케이티엑스 승무원 노동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는 메시지를 준비했다. 하지만 노 원내대표는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회의가 열린 시각 숨진 채 발견됐다. 노 원내대표가 숨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10시30분 전후다.
노 원내대표는 마지막 메시지에서 10년 넘게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사태가 조정 합의에 이른 데 대해서도 반가움을 전할 계획이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 1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서 이끌어 온 단체인 ‘반올림’과 수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이다.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두 사안 모두 앞으로 최종 합의 및 입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잘 마무리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년이나 끌게 만들고, 상시적으로 필요한 안전업무를 외주화하겠다는 공기업의 태도가 12년 동안이나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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