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족도 조문객도 모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23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불과 어제까지 노 의원과 의정활동을 함께했던 동료 의원부터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가족, 퇴근 뒤 빈소를 찾은 직장인 등 노 의원을 애도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노 의원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조문을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정의당원은 아니고,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서 조문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첫날 조문을 오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문을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오후 6시께 지난 18일부터 3박5일간 방미 일정을 함께했던 홍영표(더불어민주당)·김성태(자유한국당)·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비통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들을 맞던 부인 김지선씨는 끝내 오열했다. 유족들 옆으로는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윤소하·김종대 의원이 조문객을 맞았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홍 원내대표도 안경을 벗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이날 빈소를 찾아 유족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 문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은 항상 시대를 선구했고,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다”며 “국회장으로 엄숙히 영결식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한병도 정무수석과 송인배 정무비서관도 오후 6시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빈소를 찾았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과 <제이티비시>(JTBC) ‘썰전’을 함께 진행한 방송인 김구라씨 등 인연을 맺은 이들도 조문에 동참했다.
이날 빈소가 꾸려지기 전에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정의당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이었다. 이들은 눈물 바람으로 오후 2시께부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윤소하·추혜선·김종대 의원 등은 모두 황망한 표정이었다. 지하 2층에 있는 특1호실 주변으로는 기자들 10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이정미 대표 등 정의당 소속 의원 5명은 이곳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장례 형식은 정의당장으로, 기간은 5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상임장례위원장은 이 대표가 맡기로 했다”고 최석 대변인이 전했다. 특1호실 들머리 화면에는 사선으로 된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노 의원의 모습이 보였다. 그 작은 화면이 그의 죽음을 실감케 했다. 평생을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노 의원의 일생을 설명하듯 청년유니온과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의 화환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가 졸업한 부산중학교에서 보낸 조화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뉴스를 보고 허망해서 달려왔다”고 했다. 기자들 출입은 제한됐지만, 간간이 장례식장 안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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