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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영정 앞에 놓인 새 구두…” 노회찬 추도식 꽉 채운 시민들

등록 2018-07-26 22:25수정 2018-07-27 09:45

[서울·창원서 추모행사]
곳곳에서 “미안하다” 외치며 탄식
생전영상 나오자 눈물과 박수 교차
창원 시민분향소엔 600여명 모여
“소박하게 아름다웠던 사람” 조시
영정사진 지역구 돌며 ‘작별인사’
나흘째 빈소 조문객 3만명 넘어
26일 저녁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모제가 열린 연세대 대강당에서 입장하지 못한 추모객들이 바닥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저녁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모제가 열린 연세대 대강당에서 입장하지 못한 추모객들이 바닥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24년 만의 폭염에도 1600여석 대강당은 계단과 통로까지 시민들로 촘촘하게 채워졌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생전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미안하다”고 외쳤다.

노회찬 의원의 발인을 하루 앞둔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도식’은 그를 차마 보내지 못하는 시민들의 눈물과 탄식으로 가득했다. 추도식은 저녁 7시였지만, 시민들은 훨씬 전부터 강당 앞에 줄지어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추도식장에 들어오지 못한 1000여명은 강당 밖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추도식을 함께했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은 노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수락하던 연설로 시작됐다. 그가 6411번 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의 빌딩으로 출퇴근하는 청소노동자를 언급하며 “사실상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함께 가져가고자 한다”며 연설문을 마무리할 때, 시민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그때를 다시 떠올렸다.

고 노회찬 의원 추모제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추모식장에 미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들머리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고 노회찬 의원 추모제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추모식장에 미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들머리 계단을 가득 메우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진보정치의 역사’ ‘서민들의 친구’라고 일컬어졌던 노 의원의 생전 영상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눈물을 닦거나 고개를 떨구면서 영상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사회를 보던 김미화씨도 “영상을 보고 나니 더 그립죠”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가장 옆에서 지켜봤던 이들이 노 의원과의 추억을 되새길 때마다 오열하는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상임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추도사에서 “조문 온 그들의 신발을 내내 보게 된다. 잘 닦여진 구두도 있지만, 어떤 이는 뒤꿈치가 해어진 양말을 신고 있다. 낡고 닳은 구두를 신고 다닌 노회찬 대표님이 생각났다. 어떤 분이 멋지고 세련된 구두를 대표님 영정 앞에 두고 갔다. 대표님이 신으면 정말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했다.

추도식장 앞자리에서 연신 눈물을 훔치던 유시민 작가는 노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의 30년 동지인 심상정 의원은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하시고, 정말 멋진 정치인인 우리의 지도자 노회찬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번뇌의 나날을 지새웠을 우리 대표님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고개를 떨궜다. 2시간가량 진행된 추도식이 끝나고 유시민 작가 등은 마지막까지 남아 그를 그리워하는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노회찬 원내대표 영정을 들고 26일 오후 경남도청 앞 성동조선 천막 단식 농성장을 찾아 관계자와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노회찬 원내대표 영정을 들고 26일 오후 경남도청 앞 성동조선 천막 단식 농성장을 찾아 관계자와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시각 노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시청 앞에서도 노 의원을 애도하는 추도식이 열렸다. 창원 시민분향소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엔 시민 600여명이 모였다. 조사를 맡은 김영만 6·15경남본부 상임대표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고 울컥울컥해서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을 하늘은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는지 원망스럽다. 노회찬 의원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간 향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가 우리 가슴에 새긴 아름다운 모습은 영원히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철 시인은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했고, 무쇠처럼 단단했고, 모두에게 공손한 사람/ 눈부셨지만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아름다웠던 사람/ 노회찬의 정의는 결코 지지 않으며/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길/ 진보의 길,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노회찬 의원 영전에 올리는 조시 ‘진보의 길, 잊지 않겠습니다’를 낭송했다. 앞서 노 의원의 영정사진은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그의 자택과 인근 반림시장, 성동조선 노동자 농성장, 지역사무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의당 경남도당 등을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노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나흘째인 이날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밤 9시30분 현재 노 의원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3만3392명이라고 정의당 쪽은 밝혔다.

[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화보] 노회찬의 진보정치 여정

서영지 기자, 창원/최상원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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