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합동연설회를 시작하기 전 무대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3인이 12일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당권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해찬 후보는 ‘사심없는 당대표’를, 송영길 후보는 ‘평화, 경제, 통합의 당대표’를, 김진표 후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 당대표’를 강조했다. 대구·경북은 민주당 권리당원이 전국의 2%로 그 수가 ‘미미한’ 지역이긴 하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변화 열망’이 표출된 곳으로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전국대의원 수가 대구 519명, 경북 569명으로 25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의원들의 표를 얻어야하는 당권주자들로서는 반드시 표심을 파고들어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대구시당 대의원대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3층은 500석 규모이고, 경북도당 대의원회가 열린 안동 그랜드호텔 2~3층 그랜드볼룸은 480석 규모인데 대의원과 지지자들로 좌석은 가득 찼고, 통로 등 공간은 서서 대의원대회를 지켜보는 지지자들로 붐볐다.
이해찬 후보는 ‘사심없는 당대표’를 주장했다. 그는 “더이상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사심없이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당을 운영하겠다”며 “절대로 자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수원을 설립해 유능한 인재 육성, 자치분권특별기구 설립, 당원자치회 활성화 통해 당원 권리 강화,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위한 상향식 시스템 공천” 등을 약속했다.
송영길 후보는 ‘평화, 경제, 통합 당대표’를 주창했다. 송 후보는 “제가 푸틴과 시진핑, 트럼프와 아베 신조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외교영향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평화를 이뤄낼 적임자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방경제협력을 통해 대구지역 발전을 이뤄나가겠다”며 경제를 내세웠고, 경쟁 후보인 “이해찬, 김진표 후보님들을 잘 모시겠습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김진표 후보는 “청와대는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이 ‘경제’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정부에 민생경제 대응 시스템 점검을 지시했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분명 위기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침체된 경제를 살려내야만, 2020년 총선, 이곳 대구에서 우리당 후보들이 압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해찬 후보에 대한 ‘후발주자들’의 견제도 이어졌다. 송 후보는 “이제 저 송영길 56세다. 저도 나이가 많다”며 이해찬(66), 김진표(71) 후보를 양수겸장으로 ‘디스’했다. 이어 송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이 후보가 20년 집권론을 이야기한다. 저는 겁이난다. 교만하게 비춰질 수 있다”며 “교만하면 민심이 용서치 않는다. 겸허한 자세로 민생을 돌봐고 다음 총선 승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규제혁신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야당과 전략적 협치가 절실하다”며 “그런데 여당 당대표가 여야 충돌의 빌미만 제공하고 싸움꾼으로만 비쳐지고 대통령에게는 부담만 주게된다”며 ‘불통’ 우려가 제기되는 이 후보를 겨냥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대회를 지켜본 TK지역의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지난 두 번의 전국선거에서 표출된 ‘변화의 열망’이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만난 대구 대의원인 이정현(34)씨는 “대구는 예전엔 자유한국당이 깃발만 꽂으면 되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보수라고 해서 자유한국당만 찍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사람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커졌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대의원 정아무개(48)씨는 “TK는 민주당에는 정말 험지 중의 험지였고, 당세도 매우 약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 변화의 기운이 계속 유지·확산돼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구·안동/글·사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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