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하는 이해찬 동영상 발단
SNS에 ‘건강 이상설’ 확산
권리 당원 여론조사 발표와
단체들 후보 지지선언 두고도
서로 지나친 공방으로 혼탁
“지지율 하락에 이미지도 추락”
당내서도 우려 목소리 높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해찬, 송영길, 김진표 후보 등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차기 지도부를 뽑는 8·25 전국대의원대회를 사흘 앞둔 22일,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정책 대결보다 상호 비방으로 흐르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선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낳기는커녕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방전에 우려가 나온다.
발단은 20일을 전후해 트위터에 올라온 이해찬 후보 관련 동영상이다. 도당 대의원대회 연설을 마친 이 후보가 연단을 내려오며 휘청이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은 7선 의원인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메시지와 함께 트위터에서 빠르게 퍼졌다. 전당대회 초기 이 후보를 향해 제기된 ‘건강 이상설’이 선거 막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이 동영상이 퍼지자 21일 김진표 후보 캠프는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송영길 후보 캠프를 진원지로 지목하며 “도를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송 후보 캠프는 “우리는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 쪽은 메시지를 따로 내지 않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전형적 마타도어”라며 불쾌해했다.
압도적 강자가 없는 만큼 여론조사와 지지세를 놓고도 신경전이 벌어진다.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송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는 일부 결과를 인용해, 송 후보 쪽이 “변화·혁신을 바라는 당심”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자, 김진표·이해찬 후보 쪽은 조사 표본을 문제 삼았다. 성·연령·지역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송 후보 쪽은 “왜 하필 (자신들이) 1등을 빼앗긴 여론조사 기관만 문제 삼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선거 막판에 잇따르는 단체들의 지지선언을 놓고도 기싸움이 벌어졌다. 청년 당원들의 이 후보 지지선언과 관련해 명단 일부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진표 후보 쪽은 “이 후보가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정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처럼 당 대표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 지지율이 매주 2%씩 빠지는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긍정적인 힘으로 발휘돼야 하는데 후보들이 대국민 메시지는 내놓지 못하고 서로 헐뜯기나 하고 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어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투표(20~22일), 국민·당원 여론조사(23~25일), 대의원 현장 투표(25일) 결과를 합산해 당 대표, 최고위원을 뽑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관련 영상]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3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