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ㆍ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행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해찬, 김진표, 송영길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대표를 뽑는 8·25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각 후보 캠프가 상대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선 판세가 혼전으로 접어들며 과열 양상을 빚는 모양새다.
이해찬 후보 쪽은 23일 이치범 선거대책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특정 후보 쪽의 명의 도용, 혼탁 선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성명에서 “특정 후보 쪽에서 이종걸, 김영주, 심경민, 고용진, 김성환, 김한정, 조응천, 이재정 등 현역 의원의 이름을 넣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대량 유포되고 있다”며 “국회의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의원의 동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명백한 명의 도용이자 정당법 제52조 당대표 경선 등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쪽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송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송 후보 캠프의 자원봉사자가 보낸 메시지에는 마치 김성환 의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송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후보 쪽은 “마타도어 불법 선거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며 “대의원, 당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위해 위와 같은 문자를 수신한 분은 중앙당 선관위로 신고해주시라”고 밝혔다.
이 후보 쪽의 논평에 송영길 후보 쪽도 곧바로 성명을 내어 반박했다. 송 후보 쪽은 “이미 이해찬 캠프와 관련돼 있는 문자가 돌아다니고 있음을 인지했으나 당내 선거이고 축제가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적을 자제했는데 오늘 이 후보 측 성명은 선을 넘었다”며 이 후보 측이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에는 ‘당대표는 이해찬의원, 최고위원은 1인 2표이므로 ○○○ 의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발신자는 지방의원들의 이름으로 돼있다. 송 후보 쪽은 “이를 받은 권리당원은 무언의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해찬 캠프는 다른 후보를 몰아세우기 전에 본인들 행적을 먼저 되돌아보고 남의 눈의 티끌을 비난하기 전에 자기 눈에 있는 들보를 보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후보 쪽도 지지문자 공방에 가세했다. 김 후보 쪽 대변인단은 논평을 내어 “이 후보 쪽이 대의원 명단을 불법적으로 다른 이에게 넘겨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쪽 관계자가 대의원 명부를 입수해, 일면식이 없는 대의원들에게 송영길·김진표 후보를 음해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쪽은 “문자를 받은 대의원이 직접 통화해 확인한 결과 이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이 확인됐다”며 “이 후보 캠프가 당에서 제출받은 대의원명부를 불법적으로 이용해 문자를 보낸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매우 엄중한 사태”라고 비난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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