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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11년 전 ‘한솥밥’ 올드보이들, 협치로 골드보이 될까

등록 2018-09-03 21:40수정 2018-09-03 22:16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등 애증 관계
세 정당 요구로 ‘올드보이’ 시대 열어
개혁·통합·독자생존 등 요구 달라
당 장악력 따라 협상력도 달라질 듯
선거제도 개혁 후반기 국회 시험대
입장 미묘하게 엇갈려 합의 폭 좁아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 입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바른미래당의 9·2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손학규 신임대표가 3일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여의도에 ‘올드보이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에 이어 손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경륜의 정치’가 ‘여야 협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정치권에선 세 대표의 인연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표와 손 대표의 인연은 질기다. 정치권 입문 전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수배되고 옥고를 치른 점에서 겹친다. 이들의 길이 달라진 건 1980년부터다. 이 대표가 그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된 반면 다섯살 위인 손 대표는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이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손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손 대표가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되자 당시 5선 의원이던 이 대표가 즉시 탈당계를 내기도 했다.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세 사람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맞붙은 경쟁자였다. 당시 경선규칙을 정하는 데부터 갈등을 빚었고, 경선이 조직·동원선거 양상으로 흐르며 당내 분란을 낳았다. 손학규 진영과 정동영 진영이 조직 동원 문제로 몸싸움 충돌을 벌인 일도 있다. 정동영 대표가 당시 두 후보를 제치고 대선 후보에 선출됐지만, 당 분열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본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크게 졌다. 대선주자로 나서며 정치인생 절정에 섰던 세 정치인이 정치적 부침을 거듭하다 11년 만에 중앙정치 한복판에서 협치 파트너로 재회하게 됐다. 세 사람이 호출된 이유는 당 사정에 따라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정무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은 당이 더 강한 개혁에 나서달라는 요구를 이해찬에게 담아낸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이제 그만 논쟁하고 당을 통합해달라는 요구가 손학규에게 담겼다고 본다. 정동영을 뽑은 민주평화당은 강한 ‘인물론’을 통해 독자 생존 의지를 표출한 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 토론회에서 정동영 후보(왼쪽), 이해찬 후보(가운데)와 맞붙은 손학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 토론회에서 정동영 후보(왼쪽), 이해찬 후보(가운데)와 맞붙은 손학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까지 포함해 여야 수장들의 정치적 경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관록의 정치인들이 깃발을 들었다고 해서 더 나은 정치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손 대표가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표현한 대로 “올드보이(Old boy)가 아닌 골드보이(Gold boy)”들로 자리매김하려면 협치를 통해 성과를 내는 국회로 이끌어가야 한다. 세 대표를 모두 잘 아는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서로 이해하는 영역이 넓고, 국민을 향해 펼치는 정치를 할 분들이어서 여야가 합리적 경쟁을 할 토대가 만들어졌다”며 “선거도 한참 남았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정치인들이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펼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치 성과를 내는 ‘골드보이 정치’로 나아가려면 우선 당내 통합이란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올드보이라고 해서 모두 당 장악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찬 대표는 어느 정도 당을 장악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손학규·정동영 대표는 당내 최대주주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각 대표들이 당을 장악해야 협상력도 높아진다”고 짚었다. 정 대표는 취임 뒤 ‘진보·개혁’ 노선을 내세우지만 당내에선 아직 노선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 손 대표도 당 내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들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후반기 국회에서 협치의 바로미터가 될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도 세 대표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은 모두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편에 우선순위를 둔 정 대표와 달리 손 대표는 “개헌은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시작”이라며 대통령중심제를 깨는 개헌을 동반한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도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의 동시 논의를 시사하고 있지만 현재 여당의 당론이 ‘4년 대통령 중임제’인 만큼 손 대표 등과 합의의 폭이 좁아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 등에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대표들의 논의를 요구하며 “올드보이 귀환이 아니라 골드보이 협치로 정치제도를 선진(개선)하는 족적을 남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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