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5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출산 위기 극복을 통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은 “여성의 출산을 국가성장의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라며 크게 비판했다. 저출산 문제의 본질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여성을 대상화한 점에서 심각한 성평등 의식의 부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지난해 출산 마지노선이라는 출생아수 40만명이 무너졌다. 저출산 문제는 국정의 최우선 과제다”라며 “실패한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진정으로 아이를 낳도록 획기적인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출산장려금 2천만원을 지급하고, 성년에 이를 때까지 1억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출산주도성장”을 문재인 정부에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각 당의 여성 정치인들은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결혼과 임신으로 직장에서 ‘눈치밥’을 먹고,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출산과 육아시기 경력단절을 겪고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의 현실”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두고 국가주의적인 발상이라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일갈은 어디로 사라지고 자유한국당이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전근대적이고 해괴망측한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인지 한심스럽다”고 짚었다. 그는 또 “저출산 문제는 정치권의 공방거리로 가져올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다함께 고민해보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말 그대로 허무맹랑하고 여성들의 현실을 우롱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와 증세를 거부하면서, '돈 줄테니 아이 낳으라'고 독촉해봤자 여성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의당 여성위는 “일자리, 보육, 교육, 주택 등 사회전반의 불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구절벽 시대는 결코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출산주도성장이라는 허무맹랑한 물타기 대신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출산문제를 동원하여 현실을 왜곡하는 김성태 원내 대표는 입을 다무시길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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