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롯데갑질 피해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가 열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 맨 오른쪽), 추혜선 정의당 의원(가운데), 김영미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가운데 맨 왼쪽) 등과 ‘롯데갑질’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본부장 추혜선)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3일 개최한 ‘롯데갑질 피해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간담회’에서는 ‘을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서울의 롯데·현대 백화점 등에서 즉석 쌀 도정으로 ‘명품쌀’을 판매하던 지난 2004년 롯데상사가 고급쌀 납품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미곡종합처리센터(RPC)를 함께 짓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독자 설립을 요구했어요. 독자설립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롯데상사가 월 2500톤 규모의 쌀매입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매입한 쌀은 50분의1 수준인 50톤에 불과했어요. 100여명의 농민들과도 쌀 수매 계약을 했지만 결국 롯데상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농민들과 저는 200억이 넘는 재산피해를 입게됐습니다.”(김영미씨)
“2007년부터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지점에 입점해 직원 10여명 규모의 레스토랑을 운영했어요. 2014년에 계약을 연장하면서 롯데백화점이 ‘15일전에 통보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불공정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삽입했어요. 이후에도 롯데백화점측이 부당 영업중단 조처, 매장 직원 강제 출입금지 조처 등의 ‘갑질’을 자행했어요. 결국 2016년에 롯데측으로부터 매장 강제철수를 당하고 말았습니다.”(류근보씨)
“서울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슈퍼에 입점해 과일을 판매하는 ‘수수료 매장’을 운영했어요. 처음에는 판매수수료 15%를 지급했는데, 중간에 롯데쪽에서 수수료가 25%로 오른 것으로 ‘계약 변경’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거에요. 저는 그런 계약 변경을 한 일이 없습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이 안됐어요. 총 9억원 정도의 손해를 봤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계와 건강상의 어려움으로 결국 8천만원을 받는 걸로 합의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롯데의 갑질에 당한게 너무 억울해 다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김정균씨)
각종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김상조 위원장에게 잇따라 피해를 호소했다. ‘롯데 갑질’ 피해자들의 모임인 ‘롯데피해자연합회’ 회장이기도 김영미씨는 “지금까지 우리 피해업체들은 롯데 갑질로 인한 고통을 홀로 견뎌야만했다. 하지만 롯데피해자연합회가 결성되면서 서로를 위안삼아 혹독한 갑질 후유증을 견뎌내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 위원장은 꼬박 2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비공개로 ‘을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공정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래로 우리사회의 을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면서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고, 약자들이 일상 경제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공정경제’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위원장으로서 실무직원에게 개개의 사건을 이렇게 저렇게 처리하라고 하고,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하는 것도 적폐일 것”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서 개개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거라고 약속드리지는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충실히 조사하고 개개의 사건 처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 거래구조와 관행이 공정해질 수 있도록 공정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 △불공정 해결에 공정위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니 ‘범정부적’ 차원에서 을들의 호소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 △정부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과 성실히 협의해 이런 갑질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위해서도 노력할 것 △롯데를 비롯해 대기업들과도 충실한 협의를 통해서 대기업들 스스로 상생협력 관행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와 600여명의 공정위 직원들이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이 정의당이 주최한 ‘을들의 증언대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 8월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출범식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의당은 지난 5월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한 뒤 롯데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을’들의 피해신고를 받아왔다. 그동안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몰,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편의점) 등 다양한 롯데 계열사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본사 갑질로 물게된 세븐일레븐 가맹점주의 위약금 수천만원을 정의당이 중재해 탕감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추혜선 의원은 “갑질을 공정위에 제소하거나 소송을 걸면 롯데는 협박을 하고, 집회를 하면 명예훼손이나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대응한다. 또 롯데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김앤장’과 같은 대형로펌을 앞세워 공정위와 재판부를 무력화해 ‘을’들에게는 피해 구제를 받기까지 너무 많은 절벽이 있다”며 “유관 부처들이 함께 갑질에 대응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범정부 합동 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비공개 간담회에 대해 추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이 롯데갑질의 피해사례는 물론, 공정위가 ‘을’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리떨어져 있다는 호소를 경청했다”며 “이어 김 위원장은 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조직으로 공정위가 체질개선을 하는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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