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이른바 ‘박용진 3법’ 등을 논의할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속개되기에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유아교육법)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직 금지(사립학교법)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 포함(학교급식법) 등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2월에) 우리 당 의견이 나온 뒤 병합 심사합시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가 열린 12일 오전, 이른바 ‘박용진 3법’이 심사 대상에 오르자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뼈대로 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이날 처음 심사 테이블에 올랐지만, 자유한국당의 ‘시간끌기’와 ‘물타기’ 전략에 막혀 논의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주장을 대변하며 ‘박용진 3법’ 국회 통과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간사 합의를 거쳐 조만간 법안소위 회의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공개로 열린 법안소위에서 곽 의원은 “자유한국당 법안이 나오면 다시 심사해야 한다. 오늘 심사해봐야 우리는 다음에 하자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안을) 읽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음에 대안이 나온다”고 설득했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의도 되지 않은 법을 곧 낼 테니 기다려달라는 건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곽 의원은 특히 핵심 쟁점인 사립유치원 지원금의 보조금 전환 및 회계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한유총의 주장대로 “(결국 이 법이 통과되면) 사유 재산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사립유치원 쪽에서 극렬하게 반대하고, 이 부정적 효과가 원아들에게 미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곽 의원은 “왜 이렇게 조급하게 하시냐”며 따져 묻는가 하면, 회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조승래 위원장의 언급에 “(회의를) 하루 종일 하는 게 어디 있느냐. 6시 넘어서 하면 우리가 급여 받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전 의원은 “구조적 문제”라며 이참에 어린이집과 요양시설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요양원과 어린이집도 같은 지원금 구조인데 유치원만 먼저 논의하나. 같이 설계해야 한다”며 ‘논의 확장’을 강조했고, 박용진 의원은 “우리 상임위를 벗어난 얘기다. 그렇게 치면 유치원 아이들이 10년 뒤에 크니까 중학교 갈 법안도 얘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박용진 3법’에 대해 토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법안소위에 참석해 이 과정을 계속 지켜본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결국 회의 막바지에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3법을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울먹였다. 교육부 내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티에프(TF)’ 소속 이아무개 팀장이 법안소위 준비를 위해 새벽까지 근무하다 다음날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사립유치원 감싸기’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반복됐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사립유치원 전체를 적폐 집단으로 몰면서 지금까지 헌신한 분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정부는 시스템도 안 갖춰놓고 뭐 했느냐”며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모두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유피아(유치원+마피아) 종결 3법’으로 규정한 뒤, “유피아 3법을 지연시키는 자유한국당은 반성해야 한다. 국회 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호세력의 민낯을 공개하고, 유피아 3법을 반대하는 정당의 지지율을 한자릿수로 끌어내리기 위한 시민행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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