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산업안전보건법 처리 등 본회의 의사일정을 합의한 뒤 손을 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처음 오른 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 날인 27일 당일까지도 합의 불발 위기에 몰렸으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자는 자유한국당 등의 요구를 청와대와 여당이 수용하면서 산안법을 포함한 여야 협상 쟁점이 일괄 타결됐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 위원장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여야 교섭단체 3당의 정책위원회 의장과 환노위 간사들로 구성된 ‘6인 협의체’ 회의를 마친 뒤 산안법 쟁점 8가지 가운데 그동안 합의하지 못했던 2가지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도급인의 사업장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장소를 도급인의 책임 장소로 정하고, 안전·보건 조처 의무를 위반한 도급인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인 현행 처벌을 정부안(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대신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하기로 합의했다”며 “(노동자 사망사고 시 법인에 대한) 양벌 규정은 (정부안대로) 최대 10억원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까지만 해도 임 위원장이 “오늘 아침 자유한국당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노위 위원들이 연석회의를 했는데 정부의 전부개정안에 대해 환노위 소위 차원에서 약식 공청회만 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해 타결 전망이 어두운 듯했지만, 오후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지난 8일간 이 법의 처리는 냉·온탕을 오갔다. 환노위 소위에서는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부개정안 대신 일부만 고쳐 처리하자고 주장했으나, 지난 24일 소위 차원에서 전부개정안 처리로 방향을 잡은 뒤 26일 원청의 책임 강화를 위한 주요 쟁점에서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의원총회에서 ‘재계 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 산안법 처리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환노위 합의가 결정된 이날 오후에도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출신의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환노위 회의장을 찾아 끈질기게 우려를 제기할 정도로 재계와 보수 의원들의 반발이 컸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산안법에 대한 극적 합의가 이뤄졌는데, 조국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기로 하면서 여야 원내 지도부 협상에 활로가 열린 게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이 조 수석이 출석하는 운영위 소집이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 상정 안건 협조 등을 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조국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참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문 대통령은 한병도 정무수석으로부터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 참석과 김용균법 처리가 맞물려 있어 법안 처리에 진척이 없다는 보고를 받고 이렇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전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대통령의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오전 협상에서 조국 수석 출석 가능성을 포함해 협상 쟁점들을 조율한 뒤 오후에 산안법의 본회의 처리를 포함한 일괄 타결을 발표했다.
조국 수석의 운영위 출석 요구를 협상의 버팀목으로 삼았던 자유한국당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합의 발표 뒤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첫번째 노력을 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합의”라며 “(특감반 의혹은) 운영위를 시작으로 특별검사, 국정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일괄 타결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이 내년 6월30일까지로 연장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논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올해 말 종료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도 6개월 연장돼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앞서 여야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법안을 내년 1월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송경화 김미나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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