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유동수·서영교 등 수사 방침
여야는 상대방 의원에게만 화살 돌려
여야는 상대방 의원에게만 화살 돌려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면서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형사처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뒤에도 여야 거대정당은 전·현직 소속 의원이 연루된 심각한 재판거래에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수사에 우선 힘을 쏟은 뒤 공범 혐의를 받는 정치인들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25일 “당분간 사건의 본류인 ‘양승태 사법부’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도, 향후 정치권과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한 재판거래 혐의 수사도 계속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재판거래·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분명히 밝혀내야, 이후 재판 청탁을 한 국회의원들에게 ‘공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차 공소장에 드러난 사법농단 연루 현역의원은 판사 출신 3선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과 2016년 각각 홍 의원의 민사 사건과 정치자금법 위반 형사 사건의 전략을 검토한 문건을 건넸다. 홍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이 심혈을 기울였던 상고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6년 11월11일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유동수 의원 쪽도 행정처로부터 항소심 대응 전략이 담긴 문건을 받는 등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추가 기소 내용에 담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청탁 사건을 ‘미니 강제징용 거래’에 빗대기도 했다. 서 의원이 2015년 5월18일 국회 파견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 중인데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시켜 차한성 전 대법관을 공관으로 불러낸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과 ‘(공소장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은) 한국당 법사위원’을 통해 재판 대응전략 문건을 행정처로부터 받은 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 노철래 전 새누리당 의원도 재판청탁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결탁한 재판거래 의혹은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사안인데도, 민주당과 한국당은 안일한 상황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영교 의원의 경우는 재판거래를 넘는 사법농단”이라고 말했지만, 같은 당 출신 의원의 의혹에 대해선 침묵했다. 민주당은 서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만 사임한 것을 두고 ‘미온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국민 눈높이에 부족할 수는 있지만, 조처를 한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그간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던 것과는 다른 ‘온정주의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검찰은 설 연휴 이후 양 전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하는 데 집중한 뒤 이들과 거래한 정치권이나 ‘박근혜 청와대’ 쪽 인사들의 신병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은 이미 많이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치권 수사에 별도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영지 임재우 기자 yj@hani.co.kr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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