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채이배를 막아라”
사개특위 회의 참가 못하도록
오전부터 몰려가 10여명 항의 점거
채 “소파로 막고 문도 못 열게 해”
6층 창문 틈새로 기자회견
채 “창문 뜯어서라도 나가겠다”
경찰·소방 출동해 구출 논의 중
오후 3시15분 극적 탈출 성공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이 25일 자신을 설득하겠다며 의원실을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창문 틈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겠다.”
25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다급한 얼굴이 창문 틈으로 나타났다. 창문 틈새로 기자들을 부른 채 의원은 “오전 9시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문을 잠그고 있다”며 “감금을 해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채 의원은 112 신고를 해 경찰과 소방 인력까지 출동한 끝에 이날 6시간 만에 ‘감금’에서 풀려났다. 한국당 의원들의 채 의원 ‘감금’은 이날 벌어진 ‘동물 국회 사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앞서 여상규, 민경욱, 김정재, 이은재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신환 의원을 대신해 바른미래당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아침부터 점거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의결하기 위한 전체회의에 채 의원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날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의 입장과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패스트트랙 반대를 선언한 오 의원을 사보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채 의원으로의 교체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감금’이 길어지자 채 의원은 오후 1시10분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과 관련해 한국당 의원들이 사무실을 항의 방문해 점거하고 있다’며 112에 직접 신고했다. 사무실 문이 잠겨 있어 기자들은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다. 오후 2시20분께 채 의원이 의원실 창문 틈새로 기자들을 불러 내부 사정을 설명하면서, 국회 사상 초유의 ‘창문 틈 인터뷰’가 진행됐다. 고층 창문은 활짝 열리지 않아 채 의원은 인터뷰 내내 창틀 사이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었다. 채 의원 사무실은 국회 의원회관 6층에 있지만, 옥외 연결 통로와 멀지 않은 쪽에 창문이 나 있어 기자들과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 외치며 인터뷰가 가능했다.
채 의원은 “11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5명의 보좌관이 제 사무실에 있다. 완전히 소파로 막아서 문을 열 수도 없고, 밖에서도 밀어서 열 수 없어 감금된 상태”라며 “사개특위 관련 법안을 민주당과 논의 중인데 제가 참석해서 논의해야 합의안이 도출돼 회의가 개최된다. 감금 상태여서 논의도 할 수 없고 회의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경찰과 소방에 감금을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필요하면 조치도 취해달라고 했다.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채 의원은 “국회에서 이런 무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국회 문화가 나아지고 있는데 오늘 같은 상황은 굉장히 우려스럽고, 과거로 회귀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제 등 뒤에서 말을 듣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감금 해제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소리쳤다.
이 소식을 접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이 채 의원을 감금하고 있다”며 “국회법상 회의 방해 행위에 해당하고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 대단히 크다. 한국당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감금 해제’를 요구했다.
끝내 한국당 의원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자 경찰과 소방 인력은 창문을 뜯고 채 의원을 구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의원회관 밑에는 창문을 통한 탈출 시 혹시 모를 추락에 대비해 매트리스까지 깔렸다. 채 의원이 창문으로 나오기 직전, 그제야 한국당 의원들도 한발 물러섰다. 오후 3시15분께 문이 열렸다. 채 의원은 사개특위 위원들이 모여 있는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서둘러 이동했다.
장나래 정유경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