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저녁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입법안 등을 처리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이상민 위원장 등 참석자 진입을 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틀 연속 국회에서 의원 감금, 국회 사무처 검거, 회의장 봉쇄 등 국회선진화법 위반 사례가 속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2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대치하는 틈틈이 한국당의 불법행위를 ‘채증’하고 있다.
26일 오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불법행위 처벌을 위한 고발추진단’을 꾸려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 회의를 방해한 국회법 위반과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 공용서류 무효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나 원내대표와 강효상·곽상도·김태흠·윤상현·이은재·장제원·정진석·정유섭·정태옥·최연혜 의원 등이 피고발인 명단에 올랐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저녁 국회 정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보좌관들의 ‘인간띠’를 사이에 두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165조엔 “누구든 국회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근처에서 폭력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해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손괴 등을 하거나 폭력으로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집행 방해를 저지르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이틀에 걸친 ‘국회 봉쇄 작전’이 불법이 아닌 “정당한 저항권”이라는 태도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먼저) 국회 관습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불법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당연히 인정된다”며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정점식 의원은 ‘맞고발’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의사과 앞에서 “어제 발생한 상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방으로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26일 0시14분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당직자들에 의해 통행이 막히자 휴대전화를 들어 직접 채증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하지만 격앙된 사태가 수그러들고 대치가 장기화되면 결국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양쪽이 ‘정치적 해결’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다만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국회 회의 방해 혐의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이 탓에 이날 국회 보좌진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정치는 의원들이 하지만 재판은 실무자도 동일하게 받는다. 어르신들이야 더 아까울 것 없겠지만 젊은 분들 빨간 줄(전과 기록) 하나에 인생 발목 잡힌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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