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
한국당 3인방, 민주당 상황 감시
귀대기하고, 화장실까지 밀착
곳곳 몸싸움…비명에 아수라장
신발·시계·신분증 나뒹굴어
휠체어 이동 이상민 의원 막으려
의자로 엘리베이터 막고 출입 통제
새벽까지 계속된 대치…전쟁터였다
한국당 3인방, 민주당 상황 감시
귀대기하고, 화장실까지 밀착
곳곳 몸싸움…비명에 아수라장
신발·시계·신분증 나뒹굴어
휠체어 이동 이상민 의원 막으려
의자로 엘리베이터 막고 출입 통제
새벽까지 계속된 대치…전쟁터였다
26일 오전 국회 본관 2층 더불어민주당 회의실 앞에는 빨간 점퍼를 입은 민경욱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3인방’이 내 집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들은 ‘귀대기’(문틈에 귀를 대고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기자들의 취재 방식)까지 불사하며 민주당 상황을 밀착 감시했고, 화장실에 가는 이상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무리하게 따라 들어가기까지 했다. 전날부터 1박2일간 국회 곳곳에는 몸싸움 과정에서 ‘주인 잃은 신발’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지 7년 만에 되살아난 ‘동물국회’의 적나라한 장면들이었다.
■ 한국당 의원, 민주당 회의장에 ‘귀대기’
25일 저녁 7시 누군가 민주당 회의실에 귀를 바짝 붙이고 서 있었다. 얼핏 보면 기자 같았지만, 그가 입은 점퍼는 자유한국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한국당 대변인 민경욱 의원이었다. 같은 시각 회의실 안에는 민주당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기자들 시선을 의식한 보좌진이 만류하자, 민 의원은 그제야 “옛날 버릇 나오네”라며 계면쩍게 웃더니 문에서 물러섰다. 그는 <한국방송>(KBS) 기자 출신이다.
민 의원과 함께 있던 또 다른 기자 출신 박대출 의원과 경찰 출신 이만희 의원은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화장실에 들어가자 안으로 따라 들어가기도 했다. 한국당에서는 “이상민 의원만 막으면 돼”라며 이 위원장을 ‘집중 마크’했다.
‘3인방’의 활약은 이날 밤까지 이어졌다. 입구를 지키던 박대출 의원은 회의실로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을 체크하며 “집에 가야 할 사람들이 왜 꾸역꾸역 들어오느냐”고 농담을 건넸고, 민 의원은 밤 9시20분쯤 이뤄진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을 들으면서 휴대전화로 무언가 열심히 메모하기도 했다. 이들은 26일 오전에도 어김없이 민주당 원내대표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을 ‘마크’하던 기자들 사이에선 민주당 정보는 기자들보다 한국당이 빠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 ‘주인 잃은 신발, 잃어버린 신분증’
‘1박2일 전투’의 격전지는 본청 2층과 6층에 위치한 사개특위 회의실과 4층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 7층 의안과 사무실 앞이었다. 이곳을 선점한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을 철벽 방어했다. 이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빈발했다. 1차 전투는 7층 의안과 앞.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제출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는 한국당이 거칠게 부딪쳤다. 한국당은 “으으”라는 구호에 맞춰 의안과로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을 밀어냈고, 여기저기서 “사람 다쳐요”라는 아우성과 숨 가쁜 비명이 뒤섞였다. 양쪽이 거친 숨을 고르는 사이 바닥에는 충돌 과정에서 벗겨진 구두가 굴러다녔다. 다급한 목소리로 “떨어진 신분증 보신 분 있나요?”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보좌진도 있었다. 충돌 과정에서 목에 걸고 있던 신분증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 중에는 손목시계와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도 있었다. 일부는 몸싸움 도중 단추가 떨어져 나간 듯 와이셔츠 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
■ 의자로 막힌 엘리베이터
한국당의 봉쇄 작전은 치밀했다. 사무실 출입문을 막는 것으로도 모자라 엘리베이터 운행까지 방해했다. 한국당 당직자들이 포개놓은 의자들 때문에 문이 작동하지 않아 엘리베이터는 무용지물이 됐다. 휠체어를 탄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이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층간 이동을 못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 위원장이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문 막아”라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으로 통하는 출입문 역시 안으로 굳게 걸어 잠겼다.
한국당의 봉쇄를 피해 민주당 의원들도 회의장 사전 확보에 나섰다. 밤 11시가 넘도록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인 박범계·송기헌 의원이 회의장으로 이용될 628호에 진입하기 위해 문 앞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두 의원의 ‘뻗치기’ 소식을 입수한 한국당 장제원·민경욱·김진태 의원 등이 당직자와 함께 몰려들자 곧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25일 시작된 여야 의원들의 육탄 공방은 자정을 넘겨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이어졌고 곳곳에서 탈진한 부상자가 속출했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이 모여 있는 원내대표 회의실에 ‘귀대기’를 하고 있다.
25일 저녁 국회 7층 의안과 앞에 주인 잃은 구두 한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의자로 입구를 막아놨다.
지난 25일 밤 11시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빨간 점퍼)이 박범계·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개특위 회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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