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으로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에 근거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이 본궤도에 올랐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 한국당이 참여한다면 법안 수정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변수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의 처리에 최대 330일이 걸리는데다 통과되더라도 ‘선거구 획정’이라는 또 한 번의 힘겨루기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30일 새벽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가결을 선포한 뒤 “한국당은 앞으로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안건 심의와 선거제도 타협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여야 4당은 그동안 선거제도 개편이 ‘게임 룰’을 바꾸는 것인 만큼 한국당도 논의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난해 12월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해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애초 합의된 시한을 두 달이나 넘긴 지난 3월에야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고 지역구 의석수를 270석(현행 253석)으로 늘리는 법안을 내놓았으나, 현행 선거제도보다 후퇴한 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패스트트랙에는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으로 고정하고, 초과의석이 나오지 않게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연동률을 50%로 낮추는 여야 4당 합의안이 올라갔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은 법안 통과가 아니라 논의의 시작인 만큼 한국당과 논의해 얼마든지 법안이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 90일, 본회의 60일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 올해 안에 본회의에서 가결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개정안을 통해 지역구 수가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돼야 한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국회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부의해 다시 표결에 부치게 된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선거구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정당별 유불리가 갈릴 수 있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무 자르듯 기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21대 총선(내년 4월15일)이 1년이 채 남지 않았고,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120일 전부터 이뤄지는 만큼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교하게 내부 시뮬레이션을 해서 선거구 획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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