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민들 “한국당이 할 일은 무릎꿇고 석고대죄하는 일”
발언 뒤 가로막힌 황대표, ‘우산 경호’ 받으며 역무실로 피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 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3일 광주를 찾았다 물세례를 맞는 등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광주송정역 앞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30분 전부터 광장에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광주지역 1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 단체들은 “양심이 있다면 자유한국당이 이 자리에 와서 할 일은 무릎꿇고 석고대죄하는 일”이라며 “광주 시민의 여론, 민심이 어떤지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결국 광장 옆 인도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시민단체는 ‘자유한국당은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를 외쳤다. 황 대표는 “말씀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물러가라 황교안”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기도 했다.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에 이어 다시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 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황 대표 뒤에서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광주를 떠나라’,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해체하라’가 든 피켓을 들기도 했다.
황 대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 전남에 애국시민 여러분들께서 피흘려 헌신하셨는데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 장악 막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장외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발언을 끝내고 역으로 들어가려던 황 대표는 시민들 사이에 20여분간 가로막히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뿌려 경찰이 우산으로 막았다. 결국 황 대표는 역 내 고객접견실로 피신했고, 경찰이 접견실 문 앞을 지키는 사이 5.18 희생자 유족들이 찾아와 황 대표와의 대화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황 대표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며 “이제는 정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시민 여러분께서도 단일 민족인 한 나라가 나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변화의 새로운 미래로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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