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황 대표 뒤쪽으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 앞에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며 내건 ‘국회 문을 열어라!’ 펼침막이 보인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17일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경제청문회 개최’를 요구해온 한국당은 “들어올 길을 막아놓고 일방적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한국당 안에서도 국회 복귀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바른미래당이 주도하는 국회소집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할 만큼 했고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 국회를 방치할 수 없다”며 한국당의 참여가 없더라도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국회소집 요구에 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동참하는 형식으로 6월 국회를 ‘개문발차’(문을 열고 차를 출발함)했다.
‘늦어도 17일에는 국회소집 요구서를 내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던 바른미래당도 이날 의총을 열어 국회소집 절차에 착수했다.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소집 요구에 응하기로 한 민주당과 달리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당 차원에서 바른미래당과 행동을 함께했다.
하지만 6월 국회가 열리더라도 정부·여당이 공을 들여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원 75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를 소집할 수 있지만 6월 국회가 열리더라도 교섭단체 3당(민주·한국·바른미래당) 합의 없이는 본회의 일정을 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는 회의를 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7곳에는 추경안 심사를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포함돼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상임위원장을) 맡은 곳은 즉각 소집하고, 맡고 있지 않은 상임위는 일단 상임위 소집 요구를 하고 그래도 한국당 위원장들이 소집하지 않으면 간사가 사회자 대행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상임위는 국회법에서 ‘상임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나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열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위원장이 사회권을 넘기지 않는 한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어, 회의만 소집하고 진행은 안 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은 일단 ‘강경투쟁’ 방침을 밝혔다. 김현아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주당이 또다시 한국당을 빼고 임시국회를 독단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열린 한국당 의총에서도 ‘이대로 끌려들어가선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힘든 상황이지만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독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온건파로 꼽히는 한 의원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협상 태도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상황이라면 국회를 소집해도 한국당이 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가 일단 열린다면 복귀를 무한정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가 소집된 뒤에도 공전 상황이 계속되면 파행의 책임은 고스란히 한국당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우려 탓이다. 한 의원은 “경제청문회를 열자는 의견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것이 꼭 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고 했다.
장나래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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