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강한 의지
청와대 “문 대통령과 조국 수석
사법개혁 동지적 관계로 생각”
공수처·수사권 조정 적임자 판단
여당까지 반대 기류
‘사법개혁 위해서도 부적절’ 지적
반대의견 청와대 전달 움직임도
한국당은 “우파 추방하겠단 뜻”
MB정부 닮은꼴 인사
권재진 민정→법무 전철 밟아
당시 민주당 “검찰 장악 반발”
내년 총선 앞 오해 사기 쉬워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발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한겨레> 6월26일치 1면)와 관련해 26일 야권의 반발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청와대는 조 수석이 검찰개혁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적임자로 보지만, 여권 일부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불가역적 입법’이 시급한데, 야당의 주요 ‘타깃’인 조 수석을 주무부처 장관으로 보내면 야당에 반대 빌미를 주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역량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은 동지적 관계”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염두에 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완수의 적임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이 사심 없이 검찰을 포함해 사법 및 권력기관 개혁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사법개혁에 관해서는 적어도 조 수석을 상하 관계가 아닌 동지적 관계로 생각하고 있는 듯싶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방송> 대담에서 조 수석의 역할과 관련해 “검경 수사권 조정뿐만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 등을 법제화할 과정이 남아 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마쳐주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 국회 반응은 ‘싸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반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한 의원은 “정무적으로 최악의 인선이 될 수 있다”며 “지금 사법개혁 과제가 모두 국회로 넘어와 있다. 그런데 대야 관계가 껄끄러운 조 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하면 될 일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상당하다. 정파적 선명성이 강해 야당 설득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당이 이런 당내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의원은 “반대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민주당 의원은 “검찰개혁이 워낙 어려워 믿고 맡길 사람이 조 수석밖에 없다고 보는 것 같다. 현 장관의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상, 소신이 강한 조 수석이 전면에 나서는 게 정공법일 수도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을 무력화하는 선거제, 검찰을 앞세운 보복·공포 정치로 사실상 보수 우파를 완전 추방하겠다는 뜻”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대를 메고, 조국 장관이 뒤에서 조종하며 야당을 겁박하는 ‘석국열차’가 완성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명박 정부 인사와 ‘닮은꼴
조 수석의 법무부 장관 발탁은 2011년 7월 이명박 정부가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된다. 공교롭게도 그해 7월 이명박 정부는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곧바로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 역시 최근 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닮았다. 총선을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 최측근 참모가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하고, 야당이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서는 점도 같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등은 이 두 인사를 지목하며 ‘검찰 장악’ 의도라고 반발했다. 여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해를 사기 쉬운 모양새”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수석이나 장관 모두 대통령 보좌 역할이다. 능력이 문제이지, 수석이 장관으로 가는 것 자체로 문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정부 때는 (권 수석이) 검찰 중립성을 훼손한 인사라서 국민이 반대했던 것”이라며 “국민은 개혁과제를 완수할 인물을 원한다”고 적었다.
김원철 성연철 최현준 김규남 기자 wonchul@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