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책임’만 언급하면 자유한국당 쪽에선 야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3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 이 원내대표가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자던 선진화법은 난폭하게 무력화됐고, 민의의 전당은 갈등과 파열음만 증폭됐다. 저와 민주당은 솔직히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 주장을 앞세우진 않겠다”고 말하자 한국당 의원은 “말로만 하지 말라”고 외쳤다.
선거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얘기가 나오자 야유는 더 거세졌다. 이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은 의회주의의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무효’라는 주장을 중단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함께하길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이 무슨 의회주의냐” “패스트트랙은 원천무효야 원천무효!”라고 소리쳤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등장했던 “빠루”를 큰소리로 외쳐 일부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힘을 실어줬다.
세 번째 항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언급한 데서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 예정자로서 탄원서를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을 통한 수사가 정말 능사였는지 저는 반문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했다.
또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원내대표가 “자영업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제안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22조원을 쏟아부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투자에 인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자 한국당 쪽에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야당 탓하지 말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 데시벨’에 비례해 이 원내대표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반면 한국당은 추가경정 예산 관련한 언급에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이견이 있다면 심사과정에서 논의하면 될 ”이라며 “추경은 더 이상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3일 본회의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선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모여 긴밀히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얘기를 나누던 나 원내대표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나경원·오신환 두 원내대표에게 임기 동안 국회 개회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신사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이름을 언급하자 잠시 얘기를 멈추기도 했다.
40여분간 진행된 교섭단체 연설에서 자유한국당 야유는 네 차례, 민주당의 박수 역시 네 차례 쏟아졌다. 이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자유한국당에선 박덕흠 의원이 홀로 박수를 보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