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반당권파로 이뤄진 대안정치연대 의원들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주평화당 반당권파로 이뤄진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 10명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탈당 선언을 했다. 이들은 이날 평화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오는 16일 탈당하게 된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 등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기 위해서 민주평화당을 떠난다”며 “더 큰 통합과 확장을 위해 변화와 희망의 항해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탈당 배경과 관련해 “평화당은 5·18정신과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킬 민주·평화세력의 정체성과 자긍심으로 출발했으나 지난 1년반 동안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지게 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향후 활동 방향과 관련해 대안정치연대는 “지난 총선에서 확인됐듯이 적대적 기득권 양당체제의 청산은 국민의 열망이고 시대정신임에도 기득권 양당체제를 극복해야할 제3정치 세력은 현재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한 상태”라며 “대안정치연대는 우리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득권 양당체제 극복과 한국정치 재구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 모색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앞줄 맨왼쪽)을 비롯한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들은 이어 “대안정치세력은 국민의 40%에 육박하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비전과 힘,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안정치연대는 현재 지리멸렬한 제3세력들을 결집시키고,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해 시민사회와 각계의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안 신당과 관련해 이들은 “국민의 실생활에 필요한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정책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단 탈당 선언을 한 의원은 유성엽 원내대표를 비롯해 천정배·박지원·장병완·김종회·윤영일·이용주·장정숙·정인화·최경환 의원이다. 이 중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라서 탈당계가 아닌 원내대변인 등의 당직에서 물러나는 당직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독자 행보를 해온 김경진 의원도 이날 오후 탈당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평화당 소속 의원은 모두 14명에서 정동영 대표를 비롯해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등 4명으로 축소된다.
대안정치연대는 이날 탈당계를 평화당에 제출했고 탈당 기자회견도 했지만 실제 탈당이 이뤄지는 건 오는 16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성엽 원내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오늘 탈당하게 되면 평화당이 받아야할 국고보조금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뒤늦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평화당이 그래도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져 탈당 날짜는 오는 16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의원 수에 따라 정당에 차등 지급되는 정당보조금은 오는 14일이 지급예정일인데, 대안정치연대가 오는 16일로 실제 탈당일을 유예함으로써 현재 14명 의원수에 따른 국고보조금을 평화당이 지급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분기 평화당이 받은 정당보조금은 6억4천여만원이었고, 이들이 탈당하고 나면 2억원대로 대폭 줄어들 예정이었지만 대안정치연대의 이같은 결정으로 평화당은 전 분기와 같은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헤어지지만 향후 ‘제3지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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