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활동 종료를 이틀 앞둔 29일 오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뼈대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 속에 의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선거제도 개편안은 국회법의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 규정에 따라 최장 90일 동안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법사위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찬성하는 위원들이 다수이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안을 표결하지 않고 묶어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회법 규정에 따라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 한국당 “선거법은 일체의 협상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선거법 개정을 주도해온 여야 정당 의원들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예비후보 등록일인 오는 12월17일 이전에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정개특위의 선거법 개정안 의결을 두고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게 최대 변수다. 한국당은 이날 개정안 처리를 “날치기” “폭거”라고 규정한 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인 선거제마저 힘의 논리로 바꾸겠다는 민주당을 국민과 함께 탄핵하겠다”(나경원 원내대표)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패스트트랙 절차 진행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계속하지만 다른 국회 일정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야 대치 국면이 정기국회와 예산국회 국면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과 김종민 1소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 관계자는 “30일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협상 불가’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패스트트랙 규정상 선거법 개정안은 11월말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당으로선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법사위 계류기간 동안 법안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정개특위에서의 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가 ‘한국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오늘 선거법 개정안이 최종 의결된 것은 아니고 (한국당과의) 협상을 위해 의결된 것이다. 야3당 의원들도 정개특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한국당과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 90일 뒤 본회의, 개정안 협상 방향은?
이날 통과된 심상정 안의 주요 내용은 의원 정수는 지금처럼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의석은 28석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그만큼 늘리는 안이다. 각 정당의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맞추되 연동 비율을 절반으로 줄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행 제도 아래서 정당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차지해온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국회에서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정치협상이 이뤄진다면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 한국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 당론은 ‘의원정수 270석으로 축소, 비례대표제 폐지’가 핵심이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연동률을 50%에서 30~40% 정도로 낮추거나, 지역구 의석수 감소폭을 줄여 비례대표 의석수를 덜 늘리는 방식이 가능한지를 타진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공조에 참여한 야당 일부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주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역구 의석수 축소와 관련해) 도시와 농촌 간의 편차, 지역 대표성 약화 등에 대해 충분히 다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얻을 수 있는 안을 만들 수 있도록 새롭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은 “협상이 이뤄져도 현재의 선거법보다는 비례성과 대표성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견해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규남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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