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무산 위기
가족 증인 채택 공방 평행선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
10번 중 8번 증인·참고인 없었고
가족 증인 부른 건 두 차례뿐
바른미래 중재안 민주·한국 외면 청문회 일정 파행 부른 정치셈법
한국당, 보이콧 대신 지연전략
스펙 논란 등 역공 피하며
청 임명 강행 후폭풍 노려
민주당은 “해명 기회 줘야” 강조 향후 시나리오는
청와대 ‘연기 불가’ 입장 확고
법 절차대로 임명 수순 밟을듯
문 대통령 귀국 뒤 임명 가능성
2일부터 이틀간 열리기로 예정됐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산 위기에 몰린 건 표면적으로 후보자 가족의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견해차 탓이다. 청문회 개최 자체를 둘러싼 정치적 손익계산이 본질인데도 엉뚱하게 ‘가족 증인 채택’ 문제가 정쟁의 소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가족 증인’ 전례 많지 않아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다. 후보자에게 묻고 따지기에도 시간이 촉박해 증인이나 참고인을 부르는 일은 많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 10번 중 8번은 증인·참고인 없이 열렸다.
그중에서도 가족을 증인으로 부른 경우는 극소수였다. 2010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후보자의 형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 후보자가 형수로부터 9500만원을 빌린 것을 두고 ‘스폰서에게 받은 돈을 가족 간 거래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낙마 뒤 지명된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청문회 때는 누나인 김필식 전 동신대 총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후보자의 영향력으로 국고 특혜 지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어머니와 부인, 동생, 동생의 전 부인 등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웅동학원 재단 비리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을 캐묻기 위해선 이들의 출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처음엔 딸과 아들까지 포함됐으나 협상 과정에서 빠졌다.
바른미래당은 1일 후보자의 부인과 동생만 증인으로 부르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한국당은 4명 모두 불러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했고, 민주당은 동생 외엔 어렵다고 거부했다.
■ 인사청문회 꼭 해야 하나?
여야 속내 복잡 합의된 청문회 일정이 파행을 맞은 배경에는 ‘청문회 무산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여야의 정치적 계산도 자리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청문회를 열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보는 이들이 꽤 많다. 다수 의원들과 달리 원내지도부가 ‘보이콧’ 주장을 먼저 내놓기도 했다. 청문회가 열렸는데 제대로 조 후보자를 공략하지 못하면 원내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조 후보자의 딸 ‘스펙 논란’ 불똥이 한국당으로 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녀들은 장애우 친구 맺기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 재학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던 이력이 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녀도 과거 대학 입시전형 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런 탓에 한국당은 대외적으로 ‘보이콧’이 아닌 증인 채택을 주장하며 청문회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 청문회 무산에 대한 역풍을 피하면서, 여당과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는 모양새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 역시 ‘해명 기회 = 인사청문회’로 못박지는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지연 전략으로 청문회가 무산되면 조 후보자가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집중되는 청문회보다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 향후 시나리오는?
민주당은 2일 오전에라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청문회 일정을 의결하면 2일 오후부터 인사청문회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2~3일 인사청문회’는 물건너갔다는 입장이다.
2~3일 청문회가 무산되면 청와대는 청문회 없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 규정상 국회는 9월2일까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송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시한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시한이 지나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해 5~6일 또는 그 이후로 청문회를 연기해 개최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청와대의 ‘연기 불가’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미 지난 30일 “문 대통령은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3일 이후 재송부 요청을 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일 타이·미얀마·라오스 순방길에 올라 6일 돌아온다. 일정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6일을 기한으로 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사이 조 후보자는 국민을 상대로 의혹을 해소하는 기자회견 등을 한 뒤 문 대통령의 귀국일(6일) 이후 임명하는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이미 예고한 주말 장외투쟁에 더 공을 들일 수 있다. 청문회는커녕 9월 정기국회마저 장기 파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원철 정유경 기자 wonchul@hani.co.kr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청문회
10번 중 8번 증인·참고인 없었고
가족 증인 부른 건 두 차례뿐
바른미래 중재안 민주·한국 외면 청문회 일정 파행 부른 정치셈법
한국당, 보이콧 대신 지연전략
스펙 논란 등 역공 피하며
청 임명 강행 후폭풍 노려
민주당은 “해명 기회 줘야” 강조 향후 시나리오는
청와대 ‘연기 불가’ 입장 확고
법 절차대로 임명 수순 밟을듯
문 대통령 귀국 뒤 임명 가능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청문회 개최 관련 입장문을 들고 출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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