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여야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놓고 충돌할 당시, 고소 당해 수사 대상이 된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히자 당 안팎에서 연일 뒷말이 나오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며 “범죄 혐의자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린 정치 저항을 한 것”이라며 “정치 저항을 올바르게 앞장서서 한 분한테 가산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왜 범죄 혐의점이 있느냐”며 “수사 대상이라곤 할 수 있겠지만 저희가 한 행위는 국민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잘못된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감이 종료되는 대로 검찰에 출석해 우리 당 입장을 전하고 현재 국회서 일어나는 의회 민주주의 파괴되는 행위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가산점’ 발언은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앞두고 당내 위기감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범죄 혐의를 받는 의원들을 비호하는 조처가 정당치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정법 위반혐의로 수사 중인 사람들에게 공당의 공천 혜택을 주겠다는 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법질서를 준수해야 할 의무는 국민 모두에게 있고 특히 국회의원들은 법질서를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교통방송>(t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자에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은 조폭 중에서도 상조폭 논리”라며 “너희들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라, 뒤는 내가 봐주겠다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국면에서 의원실에 ‘감금’됐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시피비시(CPBC) 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의원들을 오히려 우대해주는 정당은 법치주의를 완전히 내팽개친 것”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국당이 수세에 몰리면서 결국은 검찰 조사에 응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선 패스트트랙 충돌 국면에서 지도부 지시에 따라 움직였으나 수사는 받지 않는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총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민한 공천 문제를 언급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가 공천에 대한 소관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아마 원내대표가 이야기하더라도 정치적 수사”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을 위해서 그렇게 노력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뿐만 아니라 다른 예도 공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