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진보진영 86세대 정치인의 거취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개인적 고심의 결과’로 해석하면서, 당내 주류이자 핵심 세력인 86세대의 ‘집단 퇴장’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임 전 실장이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라면서도, “(임 전 비서실장의 불출마가) 386의 동반 쇠퇴나 동반 퇴진으로 비춰지는데, 386들이 일심동체인 것도 아니다. 이것이 386 집단의 퇴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기독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 전 실장 불출마는) 표창원 의원이나 이철희 의원처럼 당 쇄신을 촉구하며 불출마 선언을 한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당 쇄신이나 청와대 출신, 혹은 586 출신 정치하는 분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도 올랐던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당이나 청와대의 쇄신을 요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정치와 통일운동 가운데 통일운동을 선택한 개인적 결심의 결과로 보고 있다. 앞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 청와대 참모 출신부터 희생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도 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에 양 원장의 부정적 언급이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미쳤느냐’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양 원장과 얘기를 나눴었지만, 임종석 전 실장처럼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과 후 모두 정부와 당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분들은 전혀 (물갈이)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어 86 출신 인물들의 인적 쇄신 필요성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공천룰을 시스템 중심으로 짰기 때문에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가 필요 없는 정당이다. 이건 86세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임 전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이 ‘86 용퇴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여권 내 86 용퇴론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의원은 “비교적 가깝게 지낸 분(386 출신 의원)들에게 ‘386세대로 정계에 입문을 했는데 이제 586 소리 듣는다. 20년간 후배 양성을 못했지 않느냐. 그런데 대해서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래도 촉망받던 386 선두주자인 임종석 전 실장이 그런 결단을 했다고 하면 여권 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한 두 사람 불출마 선언을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당과 정부, 청와대의 쇄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