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무차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 등의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기한을 채워 자동 상정되는 유치원 3법 등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은 법안인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원포인트 합의가) 가능하다. 필리버스터 신청을 하지 않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4개가 있다. 그 부분을 원포인트로 처리하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은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시점 이후 본회의에 부의돼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처음부터 빠져 있었다는 점을 각별히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민식이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잘못”이라며 “29일에 본회의가 열렸더라면 안건 순서에서 민식이법만 먼저 하고 통과시킬 수 있었는데, 민주당이 (필리버스터가) 무서워서 못 연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국회를 열 경우 유치원 3법을 포함해 다른 민생법안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 방침은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27일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330일의 기한을 채우면서 지난달 22일로 자동 상정 요건을 갖췄다. 본회의가 열리면 유치원법의 안건 순서를 민식이법보다 뒤로 늦출 수는 있지만, 상정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나 원내대표는 “유치원법은 한국당 안이 따로 있다. 그 부분은 토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제안한 유치원법 수정안을 민주당이 받아들이거나,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공개적으로 철회하지 않는 한 원포인트 본회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민식이법을 제외하면 지난 29일 상황과 달라진 게 없다.
여야의 이견으로 원포인트 본회의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당이 민식이법 관련 기자회견을 연 것은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당 내에서도 나 원내대표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러다 의장이 예산안 직권상정 때 선거법을 같이 직권상정해버리면 선거법은 협상도 못 해보고 넘어가는 것”이라며 “29일 본회의 일정을 잡을 때 (여당에서 선거법을 올리지 않을 테니) 민생법안만 올리자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깨고 필리버스터를 선택해 여야 간 신뢰가 깨졌다. 이제 출구전략도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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