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비협조로 협력적 국정운영이 어려웠음을 호소한 뒤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길 바란다. 국민들께서 그렇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야당 심판론’으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정치적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새해 기자회견에서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말로는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한, 제대로 일하지 않는 이런 국회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비판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잘했냐, 책임 다한 것이냐’고 하신다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면서도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 손으론 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많은 야당 대표, 야당 원내대표들을 만났다. 아예 3개월에 한번씩은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무조건 만나자는 식으로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에 대해서도 합의를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여전히 야당과 협치할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각제에서 하는 연정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정당별로 일률적으로 배정한다거나 특정 정당에 몇석을 배정한다거나 이런 식은 어렵다고 본다”며 “전체 국정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 방향에 공감한다면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정치 구조상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 구성을 위한) 노력은 임기 전반기에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협치나 통합의 정치라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아무도 (내각 참여 요청을) 수락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부에 합류하면 자신이 속한 정치집단 속에서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곧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인사에게 입각을 제의한 바 있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비중 있는, 통합의 정치나 협치의 상징이 될 만한 분에게 제안도 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 이후 협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총선을 통해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께서도 그렇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치를 가로막는 야당을 국민이 총선에서 심판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개헌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정치와 사회를 근원적으로 바꿔내려는 우리 정부의 철학이 다 담긴 것이었다”며 “지방선거 때 함께 개헌하는 것이 정말 두번 다시 없는 기회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이제 국민의 몫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음 국회에서라도 총선 공약 등을 통해 개헌이 지지를 받는다면 당연히 대통령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등을 검토해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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