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울산시당 사무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자유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으로 출범시킨 미래한국당 울산시당 사무실 주소가 논 위에 있는 빈 창고이고, 일부 시도당 사무실은 자유한국당과 주소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이를 근거로 “위성정당이 아니라 위장정당”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의 울산시당 사무소 소재지로 신고된 곳을 해당 지역 (민주당) 예비후보인 김태선 후보가 직접 방문해보니 논밭 한가운데 있는 창고가 나왔다”며 “미래한국당 창당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지며 정당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도 못 갖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래한국당의 다른 지역 시도당 사무실도 자유한국당과 주소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 부산시당 창당승인서를 정보공개청구로 받았다”며 “미래한국당 부산시당 사무소 소재지는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건물이고, 대구시당 소재지는 자유한국당 경북도당 명의 건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이런 정황은 미래한국당이 위장정당이라는 것을 가리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래한국당 경북도당은 최교일 한국당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차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이 ‘하청정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선관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미래한국당이) 자유한국당의 하청정당으로 선거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우롱하는 불법 정당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선관위는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위성정당에 대해 등록 거부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소 공유’가 정당 등록을 제한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두 당이 주소를 공유한다고 해서 정당 등록을 제한할 규정은 없다. 정당법은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어 선관위는 형식적 요건만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정당법에는 ‘시도당 사무실은 시도 관할 안에 두어야 한다’는 내용 외에는 별도 규정이 없다.
전문가들도 “비례 위성정당은 법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제 취지를 왜곡하는 ‘꼼수’가 맞지만, 선관위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최 교수는 이어 “선거제 개정 논의를 거부해온 자유한국당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선거법 처리를 밀어붙인 ‘4+1’ 협의체의 원죄도 있다. 비례 위성정당의 구태성을 비판하고 홍보하며 유권자의 판단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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