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앞줄 왼쪽)와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맨 앞줄 오른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총선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233명 가운데 92명은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받은 현역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역 의원이 탈락한 빈자리는 대부분 ‘50대 남성’과 ‘청와대 출신’ 정치인들이 메워 당의 인적 다양성이 오히려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현역 교체율 27%’에 가려진 진실은?
16일 <한겨레>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후보가 확정된 233곳의 공천 결과를 분석해보니 현역 의원 129명 가운데 35명이 공천을 받지 못해 27%의 교체율을 기록했다. 이해찬 당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원혜영 공천관리위원장 등 21명은 출마를 포기했고, 4명(민병두·오제세·정재호·신창현)은 컷오프, 10명(이석현·권미혁·이종걸·심재권·유승희·이춘석·신경민·손금주·정은혜·금태섭)은 경선에서 패배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탈락 의원 지역구 중 공천이 확정된 26곳의 빈자리를 채운 이들이 대부분 ‘50대 남성’과 ‘청와대 출신’이란 점이다. 50대 남성은 14명으로 절반을 넘겼다. 현역을 경선에서 이긴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민석 전 의원, 이해식 전 강동구청장, 강득구 전 경기도 연정부지사, 김수홍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서영석 전 경기도의원을 포함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문진석 전 충남도지사 비서실장, 이장섭 전 충북 정무부시장, 송재호 전 제주대 교수 등이다. 영입 인재인 이용우 전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최기상 전 부장판사도 50대다.
50대는 아니지만, 고민정 전 대변인과 한준호 전 행정관도 청와대 출신으로 현역 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금태섭 의원을 경선에서 이긴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친문 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나머지는 영입 인사 5명과 법조인 2명(이정문·민병덕 변호사)이다. 김두관(경기 김포갑)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고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긴 경우다.
■ 청와대·정부 출신 ‘최다’ 공천
대상을 전체 선거구로 확대하면 청와대·정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공천이 확정된 원외 인사 141명 가운데 청와대·정부 출신이 3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전직 의원(11명), 법조인(17명) 순이었다. 청와대 출신 중에서도 수석비서관급 이상은 수도권의 노른자위 지역구를 차지했다. 서울의 경우 공천이 확정된 47개 지역 중 청와대 출신이 7명이나 됐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했던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두고선 “무늬만 시스템 공천”이란 쓴소리가 나온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도부의 의지를 충실히 실행에 옮기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얘기다. 실제 김정호(김해을)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가 낮아 공관위에서 컷오프됐지만, ‘경선이라도 붙여달라’는 김 의원의 요구를 최고위가 받아들여 막판 구제됐다. 민형배 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도 광주 광산을 경선에서 졌지만, 상대 예비후보의 ‘권리당원 불법 조회’ 사실을 근거로 재경선을 요구해 최고위가 받아들였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강약약’ 공천이다. 최고위가 구제한 케이스는 대부분 친문 성향이 강한 주류 인사들이다. 민주당 안에서 견제와 균형이 전혀 안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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