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의원, 당직자들이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21대 총선 개표방송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한때 교섭단체까지 꿈꿨던 정의당은 15일 저녁 6시15분께 방송 3사 공동 예측 출구조사 결과 5~7석을 얻어 현상유지에 그치는 것으로 나오자 낙담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정의당의 의석수는 6석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저녁 6시57분께 굳은 표정으로 “정의당은 거대 정당들의 비례위성정당 경쟁으로 아주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며 “밤새 국민의 뜻을 겸허히 지켜보겠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심 대표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저녁 6시9분께 검은색 정장과 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마스크를 쓰고 당사가 자리 잡은 서울 영등포구 동아빌딩 5층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뒤 5~7석의 확보가 예상된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당사에는 침묵이 흘렀다. 6시19분께 심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한국방송>(KBS) 예측 결과가 나올 때를 제외하곤 당사는 내내 조용했다. 이번 총선에서 심 대표는 정의당 지역구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하지만 진보정당 최초 4선 의원이라는 기록은 부진한 당 성적표 앞에서 빛이 바랬다.
이런 결과는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지난해 12월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뼈대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만 해도 정의당은 희망에 부풀었다. 2000년 1월30일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20년 만에 교섭단체를 기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를 앞두고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을 보장하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뒤틀면서, 교섭단체 꿈은 거품처럼 꺼졌다. 기대해볼 만한 지역구 단일화도 모두 무산됐고 지지율마저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나자 당내에서는 20대 국회의 6석 당선보다 더 나쁜 성적을 얻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총선 막판 지지율이 회복되면서 당내에서는 10석까지 기대해 볼만하다는 전망도 한때 나왔지만,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한국 정치 현실의 높은 벽을 뛰어넘기엔 힘이 부족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이번 선거를 이끌었던 심 대표의 리더십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가 당내 문제보다는 두 기득권 거대 정당의 횡포 때문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당내 평가이기 때문이다. 또 안팎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심 대표가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후보군 중 당장 당 대표를 맡을 인물이 마땅히 없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4년 전보다 초라한 지역구 선거 결과는 뼈아픈 대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손호철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지역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생존 가능성도 취약해지고 개인 정당화된다”며 “결국 지역에서 살아남을 때만 진보정치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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