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일대에서 21대 총선 수성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결국 ‘대구 재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에게 1위를 내줬다.
4년 전 총선 때 민주당에서 ‘31년 만의 대구 승리’라는 기록을 세웠고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2017~2019년)을 지내며 존재감을 키웠지만, 고향 대구는 이번에도 ‘험지’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곳이 대구·경북이었고 그 여파로 지역경제도 얼어붙었다. 어느 지역보다도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불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대구 수성갑의 김 후보는 옆 지역구(수성을)에서 옮겨온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와 맞붙어 고군분투해야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주 후보에게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가 냉랭한 대구의 민심을 녹이기 위해 내세운 건 인물론이었다. 김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대권 도전을 선언했고, 줄곧 “미래 세대를 위해 김부겸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비록 이번에 대구의 유권자들이 그의 손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민주당에 가장 불리한 지역인 대구에서 10년 가까이 줄곧 도전했던 그의 끈기와 투지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선거에서 영·호남의 정치적 지역구도가 더욱 강화된 만큼 ‘티케이 김부겸’은 민주당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산에 출마해 한번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냐”며 “호남 출신 이낙연 후보가 당내 유력 대선 주자가 될수록 김부겸의 가치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낙선이 확정되자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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