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석의 40%(121석)가 걸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07석을 싹쓸이했다. 당초 목표했던 91곳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승리다.
99.9% 개표를 기록한 16일 오전 10시 기준 수도권 121개 지역구 가운데 107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저녁 6시15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1·2위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지역이 많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점차 민주당 후보 쪽으로 표심이 쏠리는 현상이 짙어졌다.
전체 의석이 49석인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41석을 차지했다. ‘미니 대선’으로 불렸던 서울 종로는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일찌감치 통합당 황교안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최대 접전지로 분류돼 여당 지도부의 집중 지원을 받았던 광진을에선 고민정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끝에 고민정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동작을에서도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나경원 통합당 후보를 제쳤다. 민주당의 ‘험지’인 강남 3구에 해당하는 송파병에서도 현역인 남인순 의원이 이겼다.
미래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강남벨트’와 용산을 포함한 8곳뿐이었다. 송파을에서 배현진 후보가 현역 최재성 의원을 제치며 화제를 낳았고, 강남갑에 전략공천된 탈북자 출신 태구민 후보도 민주당 김성곤 후보를 크게 이겼다. 다만 보수세가 짙다고 평가됐던 용산에서는 권영세 후보가 민주당 강태웅 후보를 890표 차로 어렵게 따돌리며 탈환에 성공했다.
경기에서도 성남 분당과 외곽 지역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59곳 중 51곳에서 승리했다. 20대의 경우 민주 40석·새누리당 19석, 19대 당시는 새누리당 21석·민주통합당 29석을 기록했던 지역이다. 접전지역 대다수가 여당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며 민주당에 완승을 안겼다. 선거 막판 ‘성 비하’ 논란이 제기됐던 안산 단원을에서도 김남국 후보가 51.3%의 득표율로 현역 통합당 박순자 의원(46.8%)을 접전 끝에 꺾었다. 통합당은 성남 분당 갑에서 통합당 김은혜 후보가 김병관 후보(49.3%)를 득표율 50.0%로 힘겹게 꺾어 탈환에 성공했다. 정의당은 3파전 구도로 치러진 고양갑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당선되며 유일한 지역구 의석을 기록했다.
13석이 걸린 인천에서는 11곳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통합당은 중구·강화·옹진에 출마한 배준영 후보가 50.2%를 얻어 조택상 민주당 후보(47.6%)를 꺾고 1석을 거뒀다. 인천 동구미추홀을 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의 윤상현 후보는 남영희 민주당 후보와 불과 171표 차이로 의석을 지켰다.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급격히 쏠린 데는 선거 막판 불거진 차명진 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모욕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선거판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조국 사태’나 경제 문제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코로나 방역 성공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을 견인하는 흐름이 선거일까지 이어진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가장 지배적인 이슈인 코로나19에 대해 통합당은 ‘우한 폐렴’ 표현 말고는 마땅한 메시지조차 내지 못했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뒤늦게 경제심판론을 꺼내들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 이슈로 죽고사는 문제(코로나19)를 덮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짚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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