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낙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미래통합당 선개개표상황실에서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샤이 보수’의 집결을 기대했지만 민심은 ‘야당 심판’에 가까웠다. 15일 치른 21대 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하면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물러났고, 향후 보수 진영은 험난한 재건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10분 앞둔 이날 저녁 6시5분, 황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가 잇따라 선거상황실이 차려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 등장하자 박수와 함께 “파이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10분 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장내엔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당 지도부는 ‘민주·시민 과반 의석 달성 예측’이란 텔레비전 자막만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태구민 후보, 서울 송파을에 출마한 배현진 후보 등 ‘강남벨트’에서 우세 결과가 나오자 그제야 간간이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나경원 동작을 후보가 이수진 민주당 후보한테 한참 뒤진다는 예측 결과가 나오자 “아아…” 하는 탄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 출구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상황실 분위기는 한층 심각해졌다.
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은 긴장한 듯 묵묵히 화면만 지켜봤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거상황실에 모습을 비치지 않고 16일 오전 9시 총선 결과에 관한 특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
통합당의 부진은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정부 여당에 대한 우호 여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초기 정부 대응을 비판했던 상당수 유권자가 정권 심판이 아닌 안정을 택한 셈이다. 더구나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에서 통합당이 무조건적인 비판만을 이어왔다는 점도 부메랑이 됐다. 선거 직전 불거진 막말 악재로 부동층의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쏠렸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의 참패는 보수 진영의 전국 단위 선거인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4연패라는 점에서 더 쓰라리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의 알력 다툼, 선거 막바지 판을 흔든 막말 악재 등은 향후 지도부의 책임 공방과 계파 간 힘겨루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는 야당의 열세를 다시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참패로 대권 잠룡들의 입지가 불안해졌다는 점도 보수 진영의 악재로 꼽힌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우며 정치 공세만을 폈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의 모양새는 취했지만 여전히 개혁과 쇄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통합당 관계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복기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대안을 주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투표율이 높은 상태에서 여당의 선전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통합당 지도부 총사퇴 등 당을 완전히 갈아엎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미나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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