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의원은 지난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 올인하려고 한다. 총선에서 정권이 성공해야 저에게도 판이 열린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20년 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종로를 떠나 ‘험지’ 부산에서 출마했다 떨어진 노무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 후보의 낙선 일성이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이었던 15일 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었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선거사무소에 김 후보가 나타났다. 울먹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패배한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농부는 땅에 맞게 땀을 흘리고 거름을 뿌려야 하는데 농사꾼인 제가 제대로 상황을 정확하게 몰랐다.”
그는 이어 낙선이 확실시되던 16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의 패배를 제 정치 인생의 큰 교훈으로 삼겠다”고 적었다. 또 “대구에 바쳤던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과 통합의 정치를 향한 발걸음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지만, 김 후보의 ‘대구 재선 실패’는 뼈아픈 대목이다. 순탄한 수도권의 지역구(군포)를 버리고 고향 대구에 내려가 10년 가까이 고군분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영호남 지역구도가 강화된 만큼 ‘티케이 김부겸’은 민주당이 지켜야 할 자산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계속 대구에 적을 두면서도 전국적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의 한 측근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장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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